진료실 단상 #1.

 

70대 여성 환자분이 내원하셨습니다.

목에 뭐가 튀어나와보인다고 합니다.

위치를 보니 딱 갑상선 부위였습니다.

 

"어머니, 이 부위는 갑상선 쪽이네요. 이거 확인해보려면 초음파로 들여다 봐야 해요."

 

갑상선 초음파를 해보니 다행히 2.5cm 크기의 단순 물혹이었습니다.

단순 물혹은 암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안전한 결절입니다.

 

"어머니! 다행히 암은 아니고 그냥 단순한 물혹이네요.

특별한 치료는 안하셔도 되겠는데요.

정기적으로 초음파로 확인해보고 변화가 있으면 그때 정밀 검사를 해봐도 될 것 같아요."

 

"이거 줄이는 약은 없어? 약은 안먹어도 돼?"

 

"네 약은 필요없어요. 사실 물혹 없애는 약도 없어요.

어머님께서 불편하지만 않으시면 그냥 두셔도 되는 혹이에요."

 

"아니 그냥 이걸 놔둬도 되나? 이렇게 툭 튀어나와 보이는데?"

 

"어머니 보시기에 너무 튀어나와서 보기에 안좋거나,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물혹을 치료할 수 있어요.

물혹에 있는 물을 바늘로 빼드릴 수도 있고, 고주파로 지져서 물혹을 없앨 수도 있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크게 불편하지 않으시면 그냥 두고 보셔도 괜찮으세요."

 

"그래도... 혹을 어떻게 그냥 둬?"

 

"그러면 오늘 혈액검사도 같이 했으니까

며칠 뒤에 결과 보시면서 다시 상의해봐요."

 

환자분은 1주일 뒤 다시 방문해주셨습니다.

갑상선 호르몬 수치도 정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어머니 갑상선 호르몬 수치도 정상이네요.

아무래도 겉으로 두드러져 보여 신경쓰시는 것 같으니 

현재 선택 가능한 치료 방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드릴게요.

첫 번째 방법은..."

 

"아 그거 치료 안해도 괜찮아.

가게 손님중에 변호사가 있는데, 그 변호사도 갑상선 물혹있는데 치료 안했대,

그냥 둬도 된다고 하더라고. 나도 치료 안하려고."

 

"아... 네..."

 


 

 

의료에 대한 결정을 변호사 지인분의 얘기를 듣고 확실히 결정을 하셨다는게 좀 씁쓸했습니다.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위험한 결정도 아니고, 각각의 결정이 치명적일 수 있는 결정도 아니어서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마치 물건을 구매할 때, 다른 사람이 적어놓은 리뷰를 보고 구매결정을 하듯, 주변인의 경험과 조언이 의료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제조사의 상품설명 보다는 구매자가 쓴 상품 리뷰를 보고 확신이 들어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과장광고도 많고 제품의 상세페이지 정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또 리뷰가 하나도 없으면 제대로 된 상품 판매자인지, 제대로 발송이나 해줄지도 의심됩니다. 최저가가 아니더라도 리뷰가 많으면 오히려 안심이 됩니다. 리뷰를 캡쳐해서 마케팅에 사용하는 업체도 많습니다. 또 리뷰 이벤트도 오래된 마케팅 수단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내 몸, 내 건강에도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보고 의사결정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앞으로 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이 갓물주 만큼이나 부러워할만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재테크 고수의 비법에 관심이 가듯, 건강하게 오래 살아오신 노인의 건강비법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될 수도 있습니다. 유튜브를 위시하여 주변에 여러 의학적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얼마전까지 재테크 강의, 경매 강의가 유행했든, 가까운 미래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건강 강의, 기초 의학강의 같은 컨텐츠가 인기를 얻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수많은 정보 중에 제대로 된 정보를 골라내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을 "의료정보 문해력" (또는 건강문해력) 이라고 합니다. 

 

특히 여러 미디어와 광고는 공포를 이용해 시시각각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유튜브 광고에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져 병원에 갔는데 "처음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어요" 이런 고지혈증 건강기능식품 광고가 자주 나옵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광고 그대로 믿으면 안됩니다. 실제로 이 광고를 보고 고지혈증 검사받으러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수치 높다고 설명드리면, '아 그래서 가슴이 아팠구나. 유튜브에서 봤어요.' 이렇게 말씀하는 분들이 실제로 몇 분이 계셨습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경험담, 조언, 여러 매체에서 나오는 건강정보, 유튜브, 인터넷 등등 많은 의학 정보들 중에서 정말 옳은 정보만 골라서 취해야 합니다. '의료정보 문해력'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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