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체중이 10kg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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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문제 없이 투석 치료을 잘 받고 계신 분입니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검진을 너무 안하신다는 것입니다. 투석실에서 매달 하는 혈액검사로는 조기암을 미리 알 수는 없습니다. 혈액검사와는 별개로 정기적인 스케줄대로 위/대장내시경, CT 또는 초음파 등의 검사를 권유드리는 이유입니다. 그러던 중 어떤 일이 계기가 되었을까요. 갑자기 생각을 바꾸셨습니다. 한번 검진을 싹 받아보겠다고 하시네요. 위내시경, 간,담낭,췌장,신장 초음파, 갑상선 초음파, 경동맥 초음파까지 마음바뀌기 전에 당장 손쉽게 검사할 수 있는 것들을 바로 진행했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이 후 한 달 뒤, 갑자기 숨이 차다고 급하게 진료실로 찾아오셨습니다. 기침도 있고, 가래도 동반된 상태로 전신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보였습니다. 흉부 X선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폐부종도 있고 우측 폐에는 폐렴도 동반되었습니다. 코로나 검사나 독감검사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일단 폐렴 치료를 위한 항생제를 사용함과 동시에 투석하면서 건체중을 감량하여 체내 수분도 제거했습니다. 이 후 폐렴도 좋아지고 건체중을 낮추면서 호흡곤란도 좋아졌습니다.

 

증상은 다 좋아졌는데 냄새를 잘 못맡는다고 합니다. 냄새를 못맡으니 입맛이 통 나질않는다 합니다. 소화는 잘되는데, 식욕이 돌지않아 식사를 통 못합니다. 실제로 투석실로 오실때에도 그전에는 3~4kg 씩 늘어오시던 분이 이제는 1kg 남짓 늘어오십니다. 그만큼 식사를 못한다는 뜻이겠지요. 살이 빠지시려는지, 혈압은 자꾸 올라갑니다. 투석으로 건체중을 자꾸 하향 조정합니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를 봤더니 축농증이 극심하다고 합니다. 폐렴 이 후 합병증으로 축농증이 생겼다 봅니다. 약을 드셔도 큰 효과는 없었습니다. 축농증이 심하다고 수술까지 권유받았습니다. 하지 부종은 늘어가고 혈압은 올라갑니다. 건체중을 낮추라는 신호입니다. 건체중을 계속 낮추고 낮추다보니 몇 달사이 10kg 나 빠졌습니다. 부종은 사라지고 혈압도 좋아졌지만,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찜찜합니다.

"축농증으로 냄새를 못맡고 식욕이 없다고 하여 체중이 이렇게 많이 빠질 수 있나?"

 

 

 

어느샌가 빈맥도 생겼습니다. (빈맥은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말합니다.) 분당 심장박동수가 60~90회가 정상인데, 가만히 누워있는데도 100회가 넘게 뜁니다. 투석을 시작하기도 전에 말입니다. 환자 본인도 가끔 두근거리는 느낌이 있다고 증상을 호소합니다.  아 뭔가 느낌이 옵니다.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확인해봅니다. 역시 갑상선 호르몬이 크게 상승되어 있습니다. 갑상선 항진증이 생긴 것입니다. 조금 더 일찍 갑상선 호르몬을 체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단순히 식사를 잘 못하셔서 체중이 빠졌다고만 생각했는데, 축농증이 매우 심하다는 그 사실에만 너무 매몰되고 현혹되었던 것 같습니다.

 

닥터스 씽킹이란 책에 의사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여러 인지적 오류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책을 읽었음에도 (나는 인지적 오류에 빠지지 않아야지 다짐했건만) 확증편향, 앵커링, 진단 관성과 같은 대표적인 인지적 오류에 빠졌던 것입니다.

 

* 확증편향, 앵커링 : 확신에 차서 다른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한 가지 가능성만을 신속하고도 단호하게 잡는 것. 지도를 보고 있어도 자신이 보고 싶은 표지판만 볼 뿐, 정신이 우리를 속이게 되어 목적지에 이미 도착했다는 잘못된 추측을 확증한다.

* 진단관성 : 한 가지 진단이 고정되면 증거가 아무리 불완전해도 동료나 후배 의사들에게까지 그 최초의 진단이 전달된다.

 

 

 

닥터스 씽킹

"닥터 하우스" 의 주인공 같은 병원 내 만능 해결사였던 감염내과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책입니다. 이 책은 의사들이 진료과정에서 흔히 범하게되는 인지적 오류에 대한 책입니다. 몇 가지 주요

sondoctor.co.kr

 

 

갑상선 호르몬의 과다분비, 즉 갑상선 항진증이 왜 생겼을까요? 대표적인 갑상선 기능항진의 질환으로 그레이브스씨 병이 있습니다. 갑상선을 자극하는 자가 항체가 생겨 발생합니다. 개인적인 가설로 추론해보면, 폐렴을 앓을 당시 폐렴균에 대항하여 면역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몸에서 여러가지 항체들이 생겨났을 것인데, 그 때 하필이면 갑상선을 자극할 수 있는 항체가 생겨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갑상선을 자극하는 항체가 있는지 확인한 검사에서도 역시 항체가 확인되었습니다.

 

진단이 정확하면 치료도 바르게 됩니다. 갑상선을 억제하는 약을 사용하고 심장 박동을 다소 느리게하는 약제를 사용하였고 현재는 심장박동도 정상, 두근거림도 없어졌으며 체중도 다시 늘고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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