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혈액 투석 절대 불변의 법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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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7. 1.
모건하우절의 책 중 "불변의 법칙"이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에 자리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서 투석환자분께 적용 가능한 불변의 법칙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책 한 권의 분량은 아니지만, 몇 가지 법칙을 제 임의대로 정하여 서술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이 내용들은 모두 개인의 경험을 통한 일반적인 견해이며, 학술적인 근거가 확립된 내용은 아닙니다. 따라서 가볍게 읽고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1. 체중은 정직하다.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집니다. 절대적인 자연의 법칙이자 에너지 보존 법칙입니다. 이러한 절대 법칙은 투석환자분들에게도 적용됩니다. 많이 드시면 살이 찌고 적게 드시면 살이 빠집니다. 그런데 투석환자분들은 또하나의 체중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건체중' 입니다. 건체중은 혈압저하 증상이 없는 가장 가벼운 체중을 의미합니다. 살이 찐 분에게 기존의 건체중을 적용하면 혈압이 뚝뚝 떨어지고 어지러워 건체중을 상향하여 조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살이 빠지신 분에게 기존 건체중을 적용하면 혈압이 오르고 부종이 생깁니다. 심하면 폐에도 부종이 생겨 숨이차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있는 분은 빨리 건체중을 낮춰야 합니다. 진짜 체중으로 바꿔야합니다. 가끔 투석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분이 계십니다. 투석할 때 체중을 더 빼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자연의 법칙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한 번은 운좋게 체중을 더 뺐다고 할지라도, 다음 투석 중에는 어김없이 혈압이 크게 저하됩니다. 몸이 원하는 진짜 체중으로 맞춰갈 수 밖에 없습니다.
체중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예측도 가능합니다. 매번 식사량이 많아서 투석하러 오실때마다 체중을 많이 늘려오시는 분은 곧 살이 찔 것으로 예상가능합니다. 향후에 건체중을 올려야 하겠구나 하고 준비를 합니다. 사실 건체중을 맞추게 되면 혈압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건체중을 올리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대로 심한 감기나 폐렴, 장염, 설사 등으로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아 식사를 계속 잘 못하였다면, 투석하러 오실 때 체중이 별로 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살이 빠질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혈압이 오르기 시작하면 건체중을 낮출 준비를 합니다. 건체중 낮추는 타이밍이 늦어지면, 혈압은 더 오르게되고 부종이 생기고 주말 하루 더 쉴 때 숨이 찰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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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칼륨과 인이 높은 것은 음식때문이다.
투석환자분들이 가장 신경써야할 전해질은 칼륨과 인입니다. 대부분 아시다시피, 칼륨은 과일과 야채에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칼륨은 원래 소변으로 배설되나, 신장 기능이 약해지면 칼륨의 배출 능력이 감소하여 혈액 내 칼륨 수치가 올라갑니다. 혈액 속 칼륨 농도가 높아지면 근육의 힘을 떨어뜨리는데, 문제는 심장도 근육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칼륨이 상승하면 심장의 펌프질이 약해지고 심각한 부정맥을 초래하여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은 수시간 내에 발생 가능하기 때문에 특히 더 주의해야 합니다. '인'도 마찬가지 입니다. 인이 높으면 당장 나타나는 증상은 없으나, 5년, 10년 뒤에 그 후폭풍을 맞이하게 됩니다.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와 인과 결합하여 혈관과 심장에 축적되는데, 이로인해 뼈는 약해지고 심장과 혈관은 딱딱해집니다. 심장과 혈관이 탄력을 잃고 딱딱해진다면? 굳이 그 뒤의 상황은 설명을 안드려도 될 것입니다. 다만, 모든 음식에는 인이 포함되어 있어 인 섭취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음식을 드실 때 인결합제를 같이 복용하여 인의 흡수를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인이 유독 많이 들어있는 치즈, 견과류, 가공육류, 탄산음료 등의 섭취를 피해야 합니다.
매달 투석실에서는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 유독 칼륨 또는 인이 매우 높게 측정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한 경우 반드시 원인이 되는 음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이 이번달 8.9 가 나온 분이 있습니다. 인약도 매번 잘 드십니다. 거의 최대 용량의 인약을 드시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인이 매우 높습니다. 검사 전날, 베이컨이 들어간 크림소스 파스타를 드셨다고 합니다. 인이 극도로 높은 음식을 자주 드신다면, 인을 제대로 낮출 수 방법이 없습니다. 이러한 극도로 인이 높은 음식들은 철저히 피해야 합니다. 다른 음식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칼륨이 이번 검사에서 7.1이 나온 분이 계십니다. 정말 위험한 수치입니다. 응급실에서 볼 수 있을법한 수치입니다. 무엇을 드셨나 여쭤보니 전날 샐러드에 수박에 참외에 오렌지를 곁들여 드셨다고 합니다. 칼륨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집중적으로 드시면 아무리 칼륨약을 잘 드신다 한들,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채혈시, 혹은 보관상의 문제로 혈액 내 혈구세포가 용혈되어 칼륨이 밖으로 나와 칼륨 수치가 높게 체크되는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이므로, 인과 칼륨이 높게 나오는 이유는 오로지 음식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칼륨약과 인약을 잘 드시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전에 인과 칼륨이 매우 많이 포함된 음식을 피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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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평소 운동을 하시는 분과 안하시는 분의 차이는 명확하다.
운동은 정말 효과가 탁월합니다. 특히 최소 1~2달 이상 꾸준히 했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됩니다. 많은 투석하시는 분 중에서도 운동을 평소에 하시는 분과 하지 않는 분의 차이도 명확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운동의 가장 큰 장점은 '신체의 변동성이 적어진다는 점' 입니다. 우리 몸은 변동성이 큰 상황을 달가워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혈압의 변동성이 클 수록, 혈당의 변동성이 클 수록, 혈관이 받는 스트레스는 많아지고 합병증도 더 잘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투석 사이 늘어오시는 체중의 양이 적습니다. 운동으로 칼로리와 수분이 소모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운동을 꾸준히 하시는 분들은 혈압도 좋습니다. 혈압이 높지 않고 투석 중에도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벤트가 별로 없습니다. 혈당도 좋습니다. 식후 운동을 통해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근육량의 확보는 보너스 입니다. 나이가 듦에 따라 근육은 자꾸 소모가 되고 다시 채워지기는 어렵습니다. 나중에는 근육이 없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쉽게 넘어지고 다치기도 쉽습니다. 근육대신 관절이 힘을 받기 때문에 관절도 자주 아프고 약해집니다.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두면, 근육량을 확보하고 근육의 약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운동을 위해 모두가 헬스장에 등록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 20~30분, 빠른 워킹 정도만으로도 2달이상 꾸준히 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가벼운 신발을 신고 동네 산책부터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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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투석실에서 잰 혈압은 진짜가 아니다.
투석실에서는 기본적으로 투석 시작전, 투석 중 1시간마다, 투석 후 혈압을 체크합니다. 대체로 혈압은 투석 후반으로 갈 수록 약간씩 저하되며, 투석 후에는 약간 힘이들고 피곤할 수 있습니다. 투석 전 혈압이 150 이었고 투석 중간에 측정한 혈압이 130 이었다면, 혈압이 괜찮은 것일까요? 투석 중 혈압이 정상이더라도 그 혈압은 참고만 할 뿐, 믿으면 안됩니다. 투석을 하지 않은 날 혈압이 진짜 혈압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석을 하지 않는 날, 혈압을 꼭 측정해보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실제로 투석실에서 측정한 혈압은 120~150 정도로 나쁘지 않았던 환자분이었는데, 투석 하지 않는 날에는 160~180 정도로 혈압이 측정되었고, 소량의 뇌출혈로 입원치료까지 했었던 분도 계셨습니다. 따라서 투석 하지 않는 날, 투석실에 가지 않는 날 반드시 가정에서 혈압을 체크해보셨으면 합니다. 환자분들 중에는 투석일과 비투석일 혈압약이 서로 다른 분들도 종종 계십니다. 투석일은 혈압약을 약하게, 비투석일에는 혈압약을 강하게 드시는 분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투석을 하던 안하던, 혈압이 비교적 일정하게, 너무 높지않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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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이어집니다. (틈틈이 작성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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