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특수한 목적의 투석

일반적으로 당뇨병이나 고혈압으로 인해 비가역적으로 콩팥이 손상되고 기능을 매우 떨어져 남아있는 콩팥으로는 몸의 기능을 유지하기 힘들때 투석을 시작합니다. 보통 주 3회, 4시간씩 투석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이유 외 특별한 목적의 투석도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한 번 읽어볼만한, 참고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1. 심장을 도와주기 위한 투석

심장은 우리 몸의 혈액 펌프입니다. 심장이 망가지면 신체 장기 곳곳에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습니다. 콩팥 과는 달리 심장을 대체할만한 기계는 아직 없습니다. (여러가지 기계들이 연구중에 있습니다.) 심장이 완전히 망가지면 방법은 오직 하나 심장이식 뿐입니다. 한편, 심장은 물을 싫어 합니다. 심장의 주머니에 물이 많이 차 있으면 심장의 펌프는 힘을 잃습니다. 펌프질이 약해집니다. 심장의 기능을 좋게 하는 방법으로 이뇨제가 핵심적인 이유가 바로 심장을 가볍게 하기 위함입니다. 반대로 심장이 약해 이뇨제를 복용 중인 분이, 어떤 이유로 이뇨제 복용을 중단할 경우, 심장이 다시 약해져 숨이 차서 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런데 이뇨제를 최대 용량으로 사용함에도 심장에 수분이 많이 쌓여 힘들다면, 심장을 도와주기 위한 목적으로 투석을 하기도합니다. 투석을 통해 강제적으로 수분을 제거해주면 심장 기능이 많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2. 해독을 위한 투석

약물 중독의 해독을 위해 투석을 하기도 합니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1) 항우울제, 수면제 과다 복용

젊은 남자분인데,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나쁜 목적으로 일부러 과다복용을 하고 의식이 소실된 채 응급실로 내원하였습니다. 약물에 의한 횡문근융해증이 동반되면서 신장기능도 매우 좋지 않은 상태여서 투석을 바로 시작하였습니다. 24시간 내내 투석을 하면서 환자는 서서히 의식을 회복했으며, 신장기능도 다 좋아져서 결국 투석을 중단하고 큰 문제없이 퇴원하였습니다.

 

(2) 바클로펜

딸꾹질이 심해 타병원에서 처방받은 바클로펜을 드신 후 의식저하로 응급실로 내원, 바클로펜으로 인한 뇌증으로 매일 투석을 시행하여 약물을 걸러낸 후 의식이 다시 호전된 분이 계십니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에 글을 적은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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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특정 항생제, 항바이러스제도 투석을 하시는 분이나, 신장 기능이 약한 분들은 주의해서 사용해야합니다. 만일 일반인에게 사용하는 용량으로 복용할 경우 마치 과량을 복용한 독성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병원에서 대상포진을 진단받고 약을 받으셨는데 만성콩팥병 환자인지 모르고 일반적인 용량으로 복용하셨다가 의식을 잃은채 발견되어 응급실로 오신 분이 계셨습니다. 특정 항생제를 일반 용량으로 처방받아 복용 하신 후 무기력함, 움찔거리는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보였고 뇌 MRI 상에서는 이상이 없어 약물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어 여러차례 추가 투석을 진행한 후 호전된 경우도 있습니다.

 

 

2. 중화를 위한 투석

건장한 중년의 남성이 의식을 잃은 채 응급실로 내원했습니다. 혈압이 낮고 입에서는 술냄새가 납니다. 응급 검사를 해보니 역시나 혈액의 pH 가 6.9 입니다. 우리 몸은 pH 7.4 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우리 몸은 음식을 먹고 에너지를 섭취하고 배설하고 호흡하고 살아가면서 결과적으로 체내에 '산(acid)'이 축적되는데, 필사적으로 우리몸은 산을 제거하고 중화시키면서 pH 7.4를 유지합니다. 그것이 곧 생명활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명이 꺼져가는 사람의 혈액은 pH 가 낮기 때문입니다. 말기 암환자의 혈액의 pH 가 낮으면 곧 임종하시겠구나 하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막 응급실로 들어온 의식잃은 남성의 pH 가 6.9라니 놀랄만합니다. 보호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에 좋지 않은 일이 있어 술을 계속 마셨다고 합니다. 밥은 입에도 안대고, 별다른 안주도 없이 2주 동안 술만 마셨다고 합니다. 양질의 에너지원을 섭취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알코올이라도 에너지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필수불가결하게 케톤이 형성되는데, 케톤이 산성이고 케톤이 쌓이면 산증을 유발합니다. 의식이 떨어지고 혈압이 떨어지고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우선 혈압이 떨어져 있으므로 수액을 주사하면서 산증 교정을 위해 산을 중화시킬 수 있는 중화제를 투여합니다. 사실상 알코올 중독이므로 그 동안 섭취를 안하여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타민을 투여하고, 양질의 영양분과 포도당을 같이 투여하여 케톤의 형성을 막아야 합니다. 그래도 산증 교정이 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투석을 해야 합니다. 투석을 통해 산의 배출을 돕고 중화제를 같이 투여합니다. 사실 이러한 경우 예후가 그리 좋지 못합니다.

 

 

3. 부종 조절 및 단백뇨 조절을 위한 투석

특이한 케이스이긴 하나, 종종 있는 사례입니다. 콩팥은 필요한 것과 좋은 것은 남겨두고 나쁜 것과 불필요한 것은 내보내는 필터입니다. 단백질은 우리 몸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생명활동에 필요한 여러가지 효소의 구성 성분이기도 합니다. 단백질은 크기가 크기 때문에 콩팥이라는 필터에 걸러지지 않으나, 필터가 망가지면 단백질이 빠져나오게 됩니다. 그것이 단백뇨이고 단백뇨는 콩팥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이상 징후입니다. 그런데 몇 가지 질환은 단백뇨가 매우매우 심한 경우가 있습니다. 하루 총 소변량 중에 포함된 단백질이 150mg 이상이면 단백뇨라고 말하고 1000mg 이상이면 심한 단백뇨라고 볼 수 있는데, 10000mg(10g) 이상 단백뇨가 나오는 아주 심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소변으로 단백질이 쑥쑥 빠져나가기 때문에 심각한 영양 결핍이 생기고, 영양이 좋지 않으니 심한 전신 부종이 생깁니다. 또 면역력에 중요한 항체도 다 빠져나가 면역이 매우 취약해집니다. 혈액응고를 막는 단백질도빠져나가면서 혈전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결국 단백뇨를 줄이는 다양한 치료를 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치료의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 투석을 해볼 수 있습니다. 투석을 하여 강제적으로 수분을 제거하면, 부종에 도움이 됩니다. 또 자연스럽게 소변량이 줄어들게 되는데, 그러면서 소변을 통해 소실되는 단백질이 줄어들어 이점이 있습니다.

 

2020.10.13-[투석실 이야기] 콩팥은 잘못이 없는데 투석을 해야하는 경우

 

[투석실 이야기] 콩팥은 잘못이 없는데 투석을 해야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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