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투석을 했어요. 내시경 하자고 하는데 이유는?

응급 투석을 했어요. 내시경 하자고 하는데 이유는?

 

 

 

검색어 '응급투석을 하는데 내시경을 하는 이유'

 

블로그 통계를 보면 어떤 검색어를 통해 유입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가끔 유입 검색어를 살펴보면서 어떤 방향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면 좋을지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던 중 '응급투석을 하는데 내시경 하는 이유' 라는 검색어가 보였습니다. 이전 수개월 전에도 아주 비슷한 검색어를 봤던 것이 기억이 나서 여기에 관해 간단히 글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사실 왜 내시경을 하자고 하는지 그 이유를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거기 있는 의료진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하니 네이버에 검색을 하시는 분들이 계셨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바쁜 대학병원의 업무 특성상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주치의 선생님 뵙기를 요청하여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을 것입니다. 또는 검사 목적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잘 이해가 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회진때 물어보려고 했는데 정신없어 깜빡 잊어버렸거나, 하필 자리를 비워 (보호자) 교수님을 만나뵙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환자 본인 또는 보호자 분들의 답답함을 해소해드리고자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일반적인 이유를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물론 여러가지 임상적 상황에 따라 내시경을 하는 이유가 다를 수 있으므로 가장 대표적인 이유만을 적어봅니다. 참고만 해주세요.

 

 

 

 

응급투석이라는 특수상황

 

응급투석을 했다는 것은 예정된 투석이 아닐 것입니다. 예정된 투석이라면, 미리 혈관을 준비해놓은 상태에서 외래 투석실에서 투석을 시작한다던지 입원하여 스케줄대로 투석을 시작할 것입니다.

 

응급투석을 하게되는 가장 일반적인 경우 2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 만성콩팥병으로 진단 받고 병원에 다니시나, 예정된 외래진료에 오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나 증상이 나빠진 후 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입니다. 보통 투석이 임박했을 정도로 만성적으로 콩팥 기능이 나빠진 경우 1달에 한번 또는 더 짧은 간격으로 외래 진료를 봅니다. 그래서 외래 진료때마다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향후 투석 일정에 대해 상담을 합니다. 하지만 예정된 외래에 오지 않고 '괜찮겠지' 하고 미루다가 증상이 악화되어 숨이 차거나 구역감이 심해 응급실로 급하게 내원하는 경우입니다.

 

두번째, 평소 검진을 하지않아서 본인의 건강상태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계시다가 갑자기 말기신장병을 진단받은 경우입니다. 호흡곤란, 출혈 등의 증상이 발생하여 응급실로 내원하였고 검사를 했더니 콩팥 기능이 이미 남아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그 외에 신장기능이 아슬아슬 했던 분인데, 급성 심근경색 등으로 조영제를 많이 써야하는 시술을 응급으로 해야하는 상황에서 투석까지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영제를 쓰면 콩팥기능이 일시적으로 나빠질 수 있는데, 이미 콩팥 기능이 아슬아슬했던 분이라면 이러한 데미지를 견뎌낼 재간이 없습니다.)

 

위 두 가지 경우라면 아마도 혈액검사를 자주 안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전 마지막 혈액검사의 날짜가 수개월 전이거나, 아예 검사기록자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응급실 내원 후 시행했던 혈액검사를 봤더니 빈혈 수치가 뚝 떨어져 보입니다. 이전 검사는 헤모글로빈이 10점대였는데, 응급실로 내원한 지금 빈혈 수치가 6~7점대일수도 있습니다. (그 이하일 수도 있습니다.)

 

 

 

빈혈이 콩팥 때문인지 아닌지

 

콩팥에서 조혈호르몬을 만들어 분비하기 때문에 콩팥 기능이 나빠질 수록 빈혈은 더욱 악화됩니다. 철분이 몸에 충분히 있더라도 조혈호르몬이 없으면 철분이라는 재료를 가져다 쓰질 못하기 때문에 빈혈이 악화됩니다.

 

그 전 검사에서 헤모글로빈 (빈혈 수치) 가 10점 이었는데 지금 응급실에서 체크한 빈혈 수치가 6점이라고 가정해봅시다. 10점에서 6점은 엄청나게 큰 차이입니다. 물론 콩팥 기능이 너무 안좋아서 조혈호르몬이 부족해서 빈혈이 크게 악화되었을 수도 있지만, 여기서 반드시 확인해야할 것이 위장관 출혈입니다. 성인 빈혈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위궤양 출혈 (또는 위암 출혈) 같은 위장관 출혈입니다. 특히나 요독으로 인해 응고기능이 떨어져있는 말기신장병 환자라면 위장관 출혈위험이 높습니다. 위에서 만약 출혈이 생긴다면 대량출혈로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빈혈의 원인을 정확히 감별하기 위해 (위장관 출혈인지 확인하기위해) 위내시경을 해보자고 권했을 것입니다.

 

말기신장병 환자의 경우 암발생율도 일반인에 비해 높습니다. 그래서 내시경이나 CT 같은 암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가 중요합니다. 위 내시경을 하면서 위암의 유무도 확인할 수 있으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위내시경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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