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의 여성분이 감기 증상으로 내원하였습니다. 2년전에 딱 한번 코로나 접종을 위해 이곳에 내원한 적이 있는 분입니다. 아무리 간단한 감기약이라도 환자분에게 맞는 해악이 없는 약을 처방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저질환을 여쭙게 됩니다. "혹시 진단 받으신 질환이나, 복용 중인 약은 없으세요?".그런데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여러가지 기저질환을 가지고 계셨습니다."당뇨도 있고, 고지혈증도 있고 이번에 눈 수술도 받았어요.""당뇨는 언제 진단을 받으셨는데요?""올해 초에 진단을 받았어요.""음... 당뇨 진단 받으신지 얼마 안되었네요.!?""네 눈이 갑자기 잘 안보여서 안과를 갔더니, 당뇨라고 해서 그 때부터 인슐린 쓰고 있어요. 당뇨가 굉장히 심했어요.""정말요? 혹시 처음 진단 되셨을때 당..
# 젊은이들의 각성 90년대 내가 어렸을 때는 몇몇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무조건 결혼을 해야하는 줄 알았다. 결혼하면 아이는 무조건 둘 이상 낳게되는 줄 알았다. 외동인 친구들이 불쌍했다. '혼자라서 심심하겠다.', '외동이니 자꾸 놀자고 하는 구나. 외롭겠다.' 이렇게 생각했었다. 30년 뒤 2020년대가 되었을 때, 결혼하는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는 부부는 선택받은 특별한 부부였다. 결혼안 한 사람들이 결혼한 사람들을 불쌍하게 보기 시작했다. 이제 젊은이들은 각성한 것이다. '세상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은 곳이구나. 아니 결혼하면 안되는구나, 애를 낳으면 안되는구나.' # 전공의들의 각성 2010년 초반 의대를 졸업할 당시 졸업 하면 무조건 인턴, 레지던트를 해..
# 전공의 때 기억 응급실에서는 생명이 위태롭게 꺼져가는 환자를 종종 자주 만나게 된다. 아마 내과 응급의 꽃은 패혈성 쇼크(septic shock) 일 것이다. 어느 중년 여성분이 요로감염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내원했다. 의식은 명료하진 않다. 대화가 잘 되지 않고 졸려한다. Cr 수치가 4.1 이다. 이럴때는 신장내과가 맡는다. 시장통 복잡한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가는 입원장을 발부한다. 중환자실 자리가 정리 되면 환자는 침대차를 타고 주렁주렁 수액줄을 달고 응급실을 떠난다. 환자가 중환자실 입구에 도착하면 중환자실 베테랑 간호사분들이 와서 척척 수액 라인을 확인하고 정리하고 환자 옷을 갈아입히고 침대로 훌쩍 날아 이동한다. 환자는 위태롭지만, 중환자실로 오면 일단 주치의 마음은 편해진다. 위태롭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