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단상] 그때 검사한번 해봤더라면
- 01_손닥터 의학정보/010_건강상담
- 2024. 7. 4.
40대 중반의 여성분이 감기 증상으로 내원하였습니다. 2년전에 딱 한번 코로나 접종을 위해 이곳에 내원한 적이 있는 분입니다. 아무리 간단한 감기약이라도 환자분에게 맞는 해악이 없는 약을 처방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저질환을 여쭙게 됩니다.
"혹시 진단 받으신 질환이나, 복용 중인 약은 없으세요?".
그런데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여러가지 기저질환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당뇨도 있고, 고지혈증도 있고 이번에 눈 수술도 받았어요."
"당뇨는 언제 진단을 받으셨는데요?"
"올해 초에 진단을 받았어요."
"음... 당뇨 진단 받으신지 얼마 안되었네요.!?"
"네 눈이 갑자기 잘 안보여서 안과를 갔더니, 당뇨라고 해서 그 때부터 인슐린 쓰고 있어요. 당뇨가 굉장히 심했어요."
"정말요? 혹시 처음 진단 되셨을때 당화혈색소 몇 정도인지 기억하세요?"
"한 11% 넘었다고 들었어요."
"와 정말 심했네요."
"그래도 지금은 혈당이 좋아지긴 했는데, 신장도 좋지 않다고 해요. 한 30점 정도라고 들었어요."
"그렇군요..."
"혹시 가족 중에 당뇨 앓으시는 분이 계세요?"
"네 부모님 모두 당뇨세요."
환자분의 말을 듣고 보니, 당뇨 중에서도 합병증이 심하게 진행된 나쁜 당뇨인 것 같았습니다.
당뇨의 가족력이 있고, 비교적 젊은 40대 나이임에도 당뇨가 발병되었습니다.
그냥 혈당이 오르는 문제 뿐 아니라 신체 곳곳에 합병증이 와있었습니다.
우선 양쪽 눈의 망막에 당뇨가 침범하여 망막 혈관을 마구잡이로 증식시켰고
그 중 약한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하여 앞이 뿌옇게 보이면서 당뇨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양쪽 눈을 수술하였으나, 아직 사물이 깨끗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바로 앞의 사물만 겨우 알아볼 정도입니다. 무척이나 답답하다고 합니다. (감히 상상도 못하겠지만, 그 답답함이 너무나 공감이 갑니다.)
당뇨가 눈을 거쳐 콩팥에도 와있습니다. 벌써 사구체 여과율이 30 밖에 안된다고하니 신장 기능이 많이 손상되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신장 보호효과가 있는 약들을 다 드시고 계셨고 신장내과도 다니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구체 여과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면 투석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우리몸과 신장은 자연 노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생에 거쳐 신장 기능은 조금씩 기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보통 1년에 1점 정도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물론 기저질환이 있거나, 관리를 잘 못했을 경우 이 속도는 더 가속됩니다. 1년에 1점이 아닌 2점, 3점, 5점...) 아무리 최상의 관리를 하신다고 해도 20년 뒤에는 투석을 해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년 뒤면 60대입니다. 요즘 60대 환자분들은 매우 건강합니다. 충분히 활동적으로 인생을 살아가십니다. 그러한 시기에 투석을 시작해야할 수도 있겠다 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참 속상합니다.
2년전 코로나접종을 하러 오셨을 때 검사한번 해보자 권유드릴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만일 2년전에 검진 혹은 검사를 했다면, 초기 당뇨병으로 진단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부터 잘 관리했다면, 여러가지 합병증이 생길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코로나 접종하러 오신 분을 붙잡고 다짜고짜 혈액검사를 해보자고 하면, 과잉진료, 과잉검사로 오해받기 쉽상입니다. 하다못해 관상을 보는 능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장에 해가 안되는 안전한 약으로 감기약을 지어드렸습니다. 짦은 진료시간이었으나,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당뇨나 혈압 등 특정 질환의 가족력이 있거나, 고위험군 (검진에서 이상 결과를 받으셨던 분들) 의 경우 1년에 최소 1회 이상 검사를 하여 모니터링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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