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정신적 에너지를 모두 소진했다.

[투석실 이야기] 정신적 에너지를 모두 소진했다.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었던 분

 

기억에 남는 어느 환자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70대 중반의 남자환자

투석하신지도 오래되셨습니다.

3년전 처음 뵈었을때 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설사가 너무 심해 이것 저것 약도 쓰고 검사도 해보고

겨우 해결이 되었나 싶으면

갑자기 뇌졸중이 생겨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습니다.

입원 중 이것 저것 검사를 하는 도중에 

도저히 못견디겠다고 하며 도망쳐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한동안 잘 지내시는 듯 하다가도 

주말에 토마토, 참외 같은 과일 종류를 많이 드시고

칼륨이 높아 응급실에 다녀오시기도 하였고

 

평소 괜찮던 혈압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혈압이 잡히지 않아 

혈압약을 급하게 조정하느라 긴장했던 일도 생각이 납니다.

 

허리하고 다리가 아파

척추 전문병원에서 MRI 도 촬영하고 약을 받아오셨는데

약을 드시고 의식이 혼미해져 투석실로 오셨던 적도 있습니다.

아마도 신경통에 사용한 약이 너무 과했던 것 같습니다.

투석하면서 약물을 제거되자 의식이 좋아졌던 일도 있었습니다.

 

 

 

큰일이다! 심근경색인가?

 

몇 달 전에는 갑자기 흉통이 생기고 호흡곤란이 발생했습니다.

당연히 엑스레이를 봤지만 심장의 크기 변화는 별로 없었습니다.

건체중을 감량하는 한편, 심근효소를 검사해 봤는데

(심장근육이 죽을때 심근효소가 상승합니다.)

굉장히 상승해있어 심근경색을 생각하고 응급실 진료를 의뢰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이것저것 검사를 했으나 심근경색은 아니라고 하네요.

아마도 다른 원인에 의한 심근병증이었나 봅니다.

어찌되었든 심근효소가 크게 증가한 상태라 입원하여 검사를 진행하던 중

또 다시 도망쳐 나오고 말았습니다.

입원해있는 것이 너무 갑갑하다고 합니다.

대학병원이라 설명도 잘 안해주니 답답했다고 합니다.

 

자의로 퇴원하여 나온 후 호흡곤란, 흉통이 있긴 하셨으나,

(입원해서 검사도 받고 치료도 받으시지

이렇게 힘든데 왜 빨리 나오셨나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심장에 부담이 안되도록 섬세하게 약도 쓰고 투석도 하면서

증상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숨찬 느낌, 흉통도 없어졌습니다.

그 이 후로도 문제없이 투석치료도 잘 받았습니다.

 

 

 

큰일이다! 뇌졸중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또

왼쪽 팔과 왼쪽 다리힘이 없다고 합니다.

우측 팔/다리와 근력이 현저하게 차이가 납니다.

당연히 뇌졸중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

뇌 검사를 위해 응급실 진료를 의뢰합니다.

 

응급실에서 MRI 를 촬영하였으나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뇌파가 이상하다고 합니다.

뇌파를 안정시키는 간질약을 받아오셨습니다.

입원을 거부하였는지 약만 타서 오셨습니다.

 

 

 

정신적 에너지를 모두 소진했다.

 

이 후 왼쪽 팔/다리는 다소 힘이 없고 불편하였으나

다른 검사는 좋았습니다.

칼륨 수치를 포함한 다른 혈액검사 수치도 큰 이상이 없었습니다.

이전처럼 흉통이나 호흡곤란도 없고

X-ray 상에서 폐부종이 생긴 것도 아니었습니다.

조금만 더 재활치료를 받고

조금만 더 움직이려고 하신다면

팔/다리 힘도 조금씩 회복되실 것 같았습니다.

자꾸 운동하고 움직이시고 재활하시도록 설득을 합니다.

 

'집에서 가만히 누워만 계시지 말고 움직여보세요. 다리 조금은 움직일 수 있잖아요. 계속 들었다놨다 하셔야되요. 자꾸 사용해야 더 좋아지지 안쓰면 근육이 더 빠져서 퇴화되요'

 

'힘이 안들어가는 것을 나보고 어떻게 해? 움직일 수 없어. 이렇게 살아야지 뭐. 해도 안돼'

 

다 써가는 형광등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처럼.

1주일에 3번 투석하러 오셔서 만날 때마다

계단식으로 점점 기력이 떨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마치 정신적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신 것처럼 보입니다.

 

또렷하게 말씀하셨던 분이

이제는 말씀 조차 안하려고 하시고 멍하게 계시네요.

조금은 움직였던 다리인데 이제는 움직이려고 조차 안하시네요.

 

전에 발등에 생긴 화상상처는 모두 아물어 새살로 덮혔는데

다 소진된 정신적 에너지는 다시 충전이 되지 않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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