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년남성의 뒤늦은 후회 (8개월전 이미 폐암이 의심되었지만 병원에 오지 않으셨던 분)

 

 

최근 어느 중년 남성분이 외래로 내원하였습니다. 진료실 의자에 털썩 몸을 던지듯 내려앉으면서, 요새들어 온몸이 아프고 피곤하다고 호소하였습니다. 사실 '온몸이 다 아프다.', '여기저기 다 힘들다.'라고 하면 어디서부터 진단을 해야하나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코로나인가? 감기몸살인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찬찬히 그분의 겉모습을 훑어보았습니다.

 

과거 진료 기록을 보니, 어떤 병이 있어서 계속 병원을 다니시는 분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8개월 전에 건강검진을 했던 기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촬영한 흉부 엑스선 상에서 종괴가 의심이 되니 추가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며칠뒤 영상의학과 정식 판독이 나왔고 거기서도 종괴가 의심된다는 소견과 함께 한 번더 내원하여 추가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었습니다.

 

'뭐지?' 하는 의문과 함께 당시 촬영하였던 엑스레이 사진을 살펴보았습니다.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언뜻 봐서는 종괴가 어딘지 눈에 확 들어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첫번째 갈비뼈(늑골)과 겹쳐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우측 상부 (아래 사진에 빨간색 원)에 꽤나 큰 종괴가 보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자세히 살펴보면, 반대쪽 (아래 사진 흰색 원)에도 종괴가 하나 더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양쪽으로 종괴가 있다... 폐암이 가장 의심이 됩니다.

흡연을 하셨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역시나 수십년 이상 흡연을 하고 계신 분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찍은 후 벌써 8개월이나 지났습니다.

지금은 어떤 상태일까 궁금하고 염려되었습니다.

"우선 엑스레이를 다시 찍어서 예전 검진때 촬영한 영상하고 비교를 해봅시다."

 

 

역시 이번에 촬영한 사진에서도 양쪽 폐 윗 부분에 있는 종괴는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도 약간 크기가 커진 듯 했습니다.

그런데 종괴만 변한 것이 아닙니다.

폐는 원래 공기가 들어가므로 검은색으로 보이는데, 이번 사진에는 검은 부분에 수많은 좁쌀 같은 병변들이 생겨났습니다. 암세포가 다 퍼져버린 것입니다.

 

 

 

 

폐암이 의심되므로 바로 CT 를 촬영했습니다.

역시나 우측에 4cm 크기의 암덩이와 좌측에 3cm 크기 암덩이가 확인이 되었습니다.

또 폐 곳곳에 암세포 결절이 수많은 곳에 퍼져있었습니다. 좁쌀처럼 보였던 그것입니다.

 

 

게다가 폐 뿐 아니라 뼈에도 전이되어 뼈를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통증이 발생했나 봅니다.

 

금연을 진작 하시지 하는 안타까움

8개월전 검진 결과를 들었을 때 그 때 빨리 치료를 하셨으면 지금보다 치료의 예후가 훨씬 좋았을 수도 있겠다는 아쉬움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습니다.

 

엑스레이와 CT 결과를 설명드리면서

그 환자분은 메모지에 빼곡히 제 설명을 기록하고 계셨습니다.

이런 행동을 보면, 본인의 건강에 아주 무심하신 분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더 안타까운 감정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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