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손이 저려요(2) : 자신경굴 증후군(ulnar entrapment syndrome), 팔꿉굴증후군 (주관증후군, cubital tunnel syndrome)
앞서 손저림에 대해 가장 흔한 원인이었던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해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투석실에서는 손이 저리지만 손목터널증후군과는 다른 부위가 저리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바로 아래 그림과 같은 부위만 손이저리다고 하십니다. 4번째 손가락과 5번째 손가락을 짚으면서 이 부분만 저리다고 하십니다. (아래 그림 참조) 투석실에서 최근에 두 분이 이 증상을 호소하셨고 이전에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셨던 분이 여럿 계셨습니다.
이 부위의 감각은 자신경(ulnar nerve) 이 담당하는 특징적인 부위입니다. 자신경은 목에서부터 겨드랑이를 지나 팔꿈치 뒤를 거쳐 4~5번째 손가락까지 주행하는데, 아무래도 이 경로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경로 어딘가에서 신경이 눌린 것입니다. 이를 자신경굴 증후군 (ulnar entrapment syndrome) 이라 일컫습니다.
어디서 신경이 압박을 받는지 정확히 평가하고 치료하는 것이 순서지만, 평가 방법이 조금 번거롭습니다.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 검사를 해야합니다. 이런 검사는 동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검사는 아니어서 큰 병원으로 가서 해야합니다. 검사 방법도 아주 간단하고 편한 검사도 아닙니다. 여러 개의 바늘을 팔에다 꼽아야 합니다. 대체로 이러한 증상으로 추가 검사와 진료를 권유드리면 거의 대부분 거절하십니다. 아마 증상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고 일시적이며 증상도 심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증상을 겪고 있는 두 분의 이야기를 잘 들어봤더니 한 가지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팔을 굽힐 때 증상이 악화된다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 참조)
항상 투석실에서 투석하는 팔은 아래로 내리지만, 투석하지 않은 팔은 팔베게를 하고 계시는데 아래 사진과 같은 자세입니다. 그리고나서 투석 중반쯤 되면 투석하지 않는 팔의 4~5번째 손가락이 저릿저릿하다고 표현을 하십니다. (두 분다 투석을 시작한지 몇 년 안된 분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팔꿉굴증후군(주관증후군, cubital tunnel syndrome) 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팔꿉굴증후군은 자신경이 팔꿈치 주위 섬유뼈굴(주관, cubital tunnel) 에서 압박되어 발생하는 신경병증입니다. 신경이 눌려 발생하는 질환 중 손목터널증후군 다음으로 흔한 질환이며, 팔꿉에서 일어나는 자신경의 만성적인 기능 손상 중 가장 흔한 질환이기도 합니다.
자신경은 섬유뼈굴 안에서 지지띠(myofascial trilaminar retinaculum)에 의해 고정되는데, 이 섬유뼈굴이 노화와 퇴행성변화로 인해 자신경을 압박하거나, 벤치프레스와 같은 팔꿉관절 소모가 심한 운동, 턱을 괴는 습관,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오랜 시간 팔꿈치를 굽히고 있는 생활 패턴 등으로 인해 자신경이 손상될 경우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치료로는 우선 반복적인 팔꿈치를 굽히는 동작은 피하도록하고, 소염진통제를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야간에 스플린트를 대기도 합니다. 이러한 보존적인 치료에 반응이 없다면 수술로 압박을 풀어주는 방법을 사용하거나 자신경의 주행을 바꿔주는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증상을 호소하였던 투석실 두 분께는, 우선 투석 시간동안 팔을 굽혀 팔베게를 하지 말고 최대한 팔을 펼쳐 바른 자세로 누워있도록 하였습니다. 따로 소염진통제 등의 약은 드리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통증이 많이 호전된 상태이며 만일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되면 신경전도검사/근전도검사를 권유해볼 계획입니다.
혹시 투석하시면서 비슷한 증상을 겪고계신 분은 없으신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이런 증상을 겪고 계시다면, 투석하시는 동안 본인의 자세는 어떠한지 한번 살펴보세요. 투석하는 동안 한쪽 팔꿈치를 최대한 굽혀 팔베게를 하고 계시진 않나요? 생활하시면서 팔꿈치를 반복적으로 접었다 폈다하는 동작을 자주 하진 않나요? 바른 자세로 편안한 투석 생활이 되길 바랍니다.
2023.03.27 - [투석실 이야기] 손이 저려요 : 투석관련 아밀로이드증, 손목터널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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