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목에 혹이 있다고요?
- 00_투석실 이야기
- 2023. 3. 21.
[투석실 이야기] 목에 혹이 있다고요?
60대 여자분입니다. 과거 담석이 있는 분인데 최근 복통이 생겨 초음파 검사를 하였습니다. 복통에 대한 검사이므로 간, 담낭, 췌장 위주로 살펴보면 되지만 이왕 검사하는 김에 신장, 방광, 갑상선, 경동맥 등 전반적으로 다 체크를 해보았습니다. 말기신부전 환자분의 경우 일반 사람들보다 암 발생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정기적인 영상의학적 검진 (초음파나 CT) 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다행이 담석외에 간, 췌장에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양쪽 신장은 기능이 별로 남아있지 않아 위축되어 있었고 물혹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콩팥이 기능을 잃어가고 노화되는 과정에서 생긴 변화로 생각됩니다. 경동맥 초음파로는 혈관의 건강상태를 유추해볼 수 있는데, 역시나 일부 동맥경화 병변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심각하게 좁아진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갑상선에도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왼쪽 갑상선 아랫쪽에 큰 혹이 하나 보입니다. 대략 2cm 정도 되는 크기입니다. 갑상선 혹이 아닌 부갑상선 혹입니다. 이분은 평소 인 조절이 미흡했지만 부갑상선호르몬은 비교적 조절이 잘 되었던 분인데 부갑상선 혹이 생겨있었습니다.
부갑상선 혹이 왜 생겼을까요? 부갑상선 호르몬을 자꾸 분비하도록 자극을 받아서 그렇습니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자극을 받다보니 세포들이 커지고 증식하여 혹처럼 커진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부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자극될까요? 활성화된 비타민D 가 부족하거나 혈액내 칼슘농도가 적을때 자극됩니다. (칼슘이 적으면 부갑상선에 위치한 칼슘 수용체에서 인식하여 부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활성화된 비타민D는 부갑상선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합니다.)
콩팥은 비타민D를 활성화시켜 주는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활성화된 비타민D는 장에서 음식물로 부터 칼슘 흡수를 촉진합니다. 말기신부전으로 인해 콩팥 기능이 나빠지면 비타민D가 제대로 작동을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 장에서 칼슘 흡수가 저해됩니다. 혈액 속 칼슘 농도가 낮아지고 비타민D 활성도 낮아지면 부갑상선이 자극을 받습니다. 그 자극으로 부갑상선 호르몬을 더욱 많이 분비합니다. 부갑상선 호르몬은 뼈에 저장된 칼슘을 뽑아내어 혈액 속 칼슘의 농도를 높입니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뼈는 약해집니다. (Traditional paradigm)
한편, 말기신부전으로 인해 콩팥 기능이 나빠지면 소변을 통한 인의 배출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혈액내 인 농도가 증가하고 뼈에서 FGF23 (Fibroblast Growth Factor 23) 의 분비가 증가합니다. FGF23 은 비타민D의 활성을 억제하고 이로인해 혈액내 칼슘의 농도가 감소합니다. 비타민D 활성 억제 및 혈액내 칼슘농도 감소는 곧 부갑상선을 자극하여 부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합니다. (Alternative paradigm)
(* 그 외에도 혈액내 인이 증가하면 아래와 같은 이유로 부갑상선 호르몬의 분비가 자극될 수 있습니다.)
- via alteration in intracellular calcium to alter release
- via increased parathyroid cell proliferation and growth
- via reduced expression of CaSR
- via inhibiting degradation of PTH
- via Down-regulation of 1alpha-hydroxylase to decrease 1,25(OH)2D (indirectly)
쉽게 정리해봅시다. 결론적으로 활성화된 비타민D가 적거나, 칼슘이 적거나, 인이 많으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부갑상선이 자극을 받고 부갑상선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게 됩니다.
부갑상선 호르몬을 억제하는 약을 복용 중인 상태로 (시나칼셋) 호르몬 수치는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인 수치가 높은 적이 많았고 20년 가까이 투석을 하셨던 분이라 지속적으로 부갑상선이 자극을 받아 혹이 생겼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인이 높을 때마다 식이 교육과 인 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해드렸으나 조절이 잘 안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검사에서 본인의 목에 커다란 혹이 있다고 하니 크게 놀라신 모습이었습니다.
"부갑상선 수치도 좋으신 편이고 칼슘 수치도 낮지 않고 좋으신데 왜 혹이 생겼을까요? 분명 평소에 인 조절이 잘 안되서 그럴거에요. 인이 높아도 부갑상선이 계속 자극받거든요. 앞으로 인을 더 신경써야겠어요."
"그럼 이 혹 떼어내는 수술을 해야하나요?"
"아직은 조절이 잘 되시는 편이라 약으로 최대한 자라지 않게 억제해보려고 해요. 그런데 인이 계속 높으면 계속 자극받을 것이고 그러면 약에도 부갑상선 호르몬이 억제가 되지 않을 때가 올거에요. 그러면 수술해서 떼어내야 해요. 근데 이왕이면 수술 안하는게 좋잖아요?"
"그...그렇죠..."
"게다가 수술한다고해도 재발이 될 수 있어서 또 수술하는 경우도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인 관리를 잘 해야되요. 또 혹도 문제고 수술하는 것도 문제지만, 부갑상선 호르몬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뼈도 약해져요."
* 관련 포스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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