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우리 어머니 투석 두 번만 하면 안되나요?
- 00_투석실 이야기
- 2023. 12. 21.
85세 여자환자분 입니다. 나이가 고령이지만, 안정적인 상태로 주3회 투석을 받고 계십니다. 그러던 중 따님이 면담을 요청하셨습니다. 요새 어머니 컨디션이 좋으시고 특별한 상황은 없었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면담의 이유는 '투석의 횟수를 두 번으로 줄일 수 있는가?' 였습니다. 어머니께서 곧 시골로 이사를 가셔야하는데 투석실이 멀리 있어 주 3회를 하기에 너무 버겁다는 이유였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냥 간단히 대답해 드리기 보다는 자세한 설명을 해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나 잠시 고민을 한 후 설명을 드렸습니다.
반드시 주 3회 투석을 해야할까요?
투석이란 콩팥을 대신하는 기계 장치입니다. 콩팥은 하루 종일 24시간 내내 연중무휴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중에도 콩팥은 노폐물을 걸러내어 소변을 한 방울씩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방광에 저장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매일 투석하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가장 효과적이고 편한 투석 횟수와 시간을 찾기 위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투석기계가 드물었던 옛날에는 말기신장병이라고 해도 전부 투석을 시행하지 못했습니다. 투석할 사람들을 위원회에서 선정해서 시행했습니다. 일주일에 투석을 한 번도 해보고, 두 번도 해보고, 세 번도 해보고... 그랬더니 4시간씩 3번을 하는 것이 요독증상이 사라지고 전해질 이상도 없는 최적의 투석 시간과 횟수임이 드러났습니다. 네번도 해보고 2시간씩 여섯 번도 해보았는데 당연히 여러번 하는 것이 결과는 좋았지만, 세 번 하는 것도 크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3회 투석이 정해졌습니다.
어떤 사람이 주 2회 투석을 할까요?
그런데 주위에는 드물지만 주 2회 투석을 하는 분이 존재합니다. 그 분들을 보고 많이 말씀하십니다. "나도 저 사람처럼 두 번만 하면 안되나요?"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특수 케이스 입니다. 투석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콩팥의 기능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분이기에 주 2회 투석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인체 장기의 수명이 유한하듯, 결국 남은 콩팥의 기능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소실되고 결국 주 3회 투석으로 하게 됩니다.
잔여콩팥기능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까요?
일단 소변이 상당량 나옵니다. 하루 500mL ~ 1000mL 가까이 소변을 보시기 떄문에 투석과 투석 사이에 체중이 별로 늘지 않습니다. 게다가 혈액검사를 했을 때도 전해질 이상 (인 상승, 칼륨 상승 등) 이 별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콩팥에서 어느 정도 걸러주기 때문입니다. 소변량이 적거나 소변이 안나오시는 분, 투석과 투석 사이에 체중이 많이 늘어오시는 분, 걸핏하면 칼륨이나 인이 높다고 지적을 들으시는 분이라면 주 3회 투석을 하셔야 합니다.
실제로 고민되는 분이 계십니다. 주 2회 투석을 할 수는 있는데 아슬아슬한 분. 잔여 신기능이 많이 소진되어 이제 주 3회 투석을 앞둔 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경우 주 3회 투석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곁에서 보았을 때 아슬아슬하게 2회 투석을 유지하는 분 보다는 넉넉하게 3회 투석을 하시는 분이 훨씬 삶의 질이 좋아보였습니다. 간단히 그 장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체중을 많이 빼지 않아 (혹은 거의 빼지 않아) 투석이 끝난 후 귀가할 때까지 저혈압이나 근육에 쥐가나는 등의 문제가 거의 없다.
(2) 전해질 수치가 거의 항상 안정적이라 복용하는 약의 갯수가 적다. (정기 혈액검사 후 결과를 설명할 때 별로 해드릴 이야기가 없다.)
(3) 투석하는 것만 제외하고는 거의 일반인과 차이가 없다.
(4) 남아있는 콩팥 기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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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는 주 2회 투석이 가능할까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어머니는 주 2회 투석이 가능할까에 대한 답변입니다. 요독증이나 전해질과 같은 어려운 이야기는 둘째 치고 체중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해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 현재 체중이 50kg 정도 되는데 전에도 경험하셨지만, 투석 할 때 2kg 이상 수분을 제거 했더니 투석 후반부에 혈압이 확 떨어지면서 무척 힘들어 하셨어요.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고령이시고 심장도 약하시기 때문에 2kg 미만으로 수분을 빼려고 하고 있어요.
최근 투석과 투석 사이 체중 늘어오시는 것을 보면, 요새 식사를 잘 하셔서 그런지 대략 1.5 ~ 2kg 정도 늘어오시네요. 그렇다면 현재 주 3회 투석에서 주 2회 투석으로 바꾸게 되면 한 번 투석을 할 때 약 2.5 ~ 3kg 정도 체중을 늘어오실 것이 예상이되고 그러면 그 만큼 수분을 빼야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어머니께서 한 번에 3kg 정도 체중을 빼는 것이 무척 어려울 것 같아요. 아마 투석 끝날 즈음에는 혈압이 떨어져 너무 힘들어하실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처럼 투석 시간은 약간 줄이되, 투석 횟수는 3번 하시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안전하고 이로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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