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이 의대에서 1등할 수 있었던 공부하는법 공부방법 (2)

 

 

평범한 사람이 의대에서 1등할 수 있었던 공부하는법 공부방법 (2)

 

 

대학교 3학년이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토익이나 인턴쉽, 봉사활동 등 스펙을 쌓고, 취직을 준비하거나 아니면 학과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으로의 진로를 결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원생으로 진학하기로 한 친구는 벌써부터 실험실을 출입하며 연구를 하는 모습이 뭔가 멋져 보였습니다. 저 역시 복학생 파워로 맨 앞에서 강의를 듣고, 빔프로젝트 설치 등 강의 준비를 도맡아서 하던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뇌를 연구하는 교수님으로 부터 실험실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몇 일 직접 실험을 해보고는 생각을 딱 접었습니다.

 

뇌 실험실은 쥐의 뇌를 연구하였는데, 연구 대상인 쥐는 작은 mouse 가 아닌 덩치가 큰 rat 을 가지고 실험을 합니다. 작은 햄스터 같이 생긴 것이 mouse 고, 어른 팔둑만한 큰 쥐가 rat 입니다. 쥐 실험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쥐가 놀라지 않게 실험자와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쥐와 친해지면 쥐에게 약을 투여하거나, 쥐를 다룰 때, 쥐가 놀라지 않아야 실험 결과의 오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실은 쥐를 키우는 곳이 아니라,뇌를 연구하는 곳입니다. 하필이면 쥐의 뇌는 두개골에 단단히 싸여 있습니다. 결국 쥐를 빠르게 죽여 빠르게 두개골을 열고 뇌를 꺼내야 합니다. 이 과정이 늦으면 실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 주저하면 안됩니다. 틈날 때 마다 찾아가서 쓰다듬고 정이 든 쥐를 그렇게 단번에 희생시켜야 한다는 일 자체가 저에게는 참 힘든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학교 휴게실에서 쉬고 있을 때, 예전에 알던 선배 한 명을 만나게 됩니다. 제가 복학한 후 처음 만났습니다. 군대 가기전에는 같이 수업도 듣고 그랬는데, 그 당시만 해도 솔직히 공부를 잘 한다거나, 똑똑하다는 이미지는 없었습니다. 실수도 많고 덜렁대는 이미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선배는 동 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을 진학하였다는 것입니다. 의학전문대학원은 엄청난 경쟁율과 엄청난 시험공부를 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생각했던 곳인데, 이 선배가 어떻게...? 이 선배는 거기 갈 이미지는 절대 아니었는데... 그 선배가 대단해보였습니다. 동시에 나도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학전문대학원은 대학교 4년을 마치고 졸업하면, 입학시험 (MEET) 시험을 보고, 시험성적과 면접을 통해 선발이 됩니다. 그러면 기존의 의대에서 예과 과정은 생략하고 본과 4년 과정만 거치면 의사고시를 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의사고시에서 합격이 되면 의사 면허증이 나오고, 추후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밟으며 더 수련할 수 있습니다.

 

 

의학전문대학원은 역시 MEET 시험이 중요합니다. 객관적인 시험이기 때문에 MEET 시험을 잘 보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고 비중도 가장 컸습니다. 이제 곧 대학교 4학년이 시작되는 시기이고, MEET 시험은 8월에 있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강남에 MEET 학원을 몇 군데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보았습니다. 3~4군데는 돌아본 것 같습니다. 가장 처음 찾아간 학원에서는, 시험 전까지 남은 기간이 너무 짧아 힘들다는 답변을 주었습니다. 보통 최소 1년 이상은 준비를 하는데, 6개월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준비를 하기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찾아간 학원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세 번째로 찾아간 학원에서는 전공이 생명쪽이니 그래도 다른 사람들 보다는 유리하니 도전해 볼 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MEET 시험은 3과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지금은 언어추론 과목 빠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어가 한 과목이고, 생물이 한 과목이었으며, 나머지는 물리, 화학, 유기화학, 통계로 한 과목이 구성되어 각각 100점씩 총 300점이 만점입니다. 문제가 어려워서 300점 만점은 불가능하며, (제가 알기로) 220~240 점 이상이면 서울 명문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지원 점수가되며, 180~200 점 이상이면 서울/경기 주요 의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지원 점수가 됩니다. 그리고 160 점 이상이면 지방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지원 점수가 됩니다. 입학 경쟁율은 차시를 거듭할 수록 점차 높아져 제가 시험을 볼 때는 7:1 정도로 기억합니다.

 

 

 

당시 주어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무척 후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간. 거기다가 대학교 강의까지 들어야 하니, 너무 답답했습니다. 우선 4학년 1학기 과목을 모두 MEET 에 해당되는 과목으로 모두 수강신청하였습니다. 졸업을 위한 최소 학점으로 신청하되 모두 과학과 관련된 과목으로 수강했습니다. 그리고 오프라인 강의를 듣기에는 학원에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으로 작전을 짰습니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MEET 학원 강의 일정이 2~4개월 기초반, 다음 2~4개월을 심화반, 나머지 1~2개월을 문제풀이 및 모의고사 시기로 구성되는데, 저에게는 그 과정을 다 들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저는 기본/심화를 묶어서 3개월에 끝내는 과목으로 골라서 신청하였습니다. 하지만 생물은 원하는 강의가 오프라인 밖에는 없어서 학원을 다녔습니다.

 

6개월 간은 정말 열심히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점심은 모두 토스트나 빵으로 먹었습니다. 학원 가는 날에는 저녁먹을 시간이 부족하여 쉬는 시간에 편의점에서 구입한 빵으로 떼우곤 했습니다. 휴일에는 초시계로 시간을 재면서 순수하게 집중하여 공부한 시간이 10시간 이상이 되도록 했습니다. 날씨는 점점 따뜻해져 8월이 되었고, 시험 전날에는 너무 긴장이 되어 잠이 안왔습니다. 당시 기숙사 룸메이트가 오락을 좋아해서 밤 늦게까지 게임을 하였습니다. 그것도 헤드폰을 쓰고 팀원들과 육성으로 대화하면서 플레이 합니다. 제가 워낙 잠귀가 어둡고, 머리만 대면 잠을 자는 스타일이라, 평소에는 전혀 불편한 적이 없었는데, 그 날만은 유독 긴장이 되고 잠이 안와서, 룸메이트에게 "내일 중요한 시험인데, 조용히 해줘." 라고 부탁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잠이 안와서 기숙사 옥상에 올라가 밤공기를 쇠면서 기도를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험 당일,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과거 수능 때와 똑같은 실수를 합니다. 1교시 언어추론을 완전히 망친 것입니다. 어떻게 시험을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나머지 과목까지 억지로 시험을 끝마친 후 시험장을 나왔습니다.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언어추론은 뒤에서 백분율 점수로 10점이 나왔습니다. 즉 뒤에서 10%에 든다는 이야기입니다. 다행인 것은 생물은 92점이 나왔고, 나머지 과목은 70점대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시간이 없어서 물리는 포기했습니다. 물리 공부를 잘 하지 못한대다가 계산문제를 풀고있다가 자신있었던 일반화학, 유기화학까지 영향을 줄까봐 모든 물리 문제를 3번으로 찍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찍은 것 치고는 점수가 잘 나온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친 시험의 변환표준점수는 154점 정도였습니다. 적어도 160점은 되어야 지방에 있는 학교에 원서라도 써볼텐데 아쉬웠습니다. 이 빈약한 점수를 들고 여러 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대다수의 학원에서 재수를 권했습니다.

 

 

그런데, 지방의 한 의학전문대학교에서는 언어 과목의 비중은 적게 반영하고, 생물과목의 비중은 가중치를 줘서 계산하는 입시 정책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유리한 반영비율이었습니다. 그렇게 계산하면 점수가 164점으로 상승하였기 때문에 저는 이 곳에 지원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1차 모집에서는 서류와 MEET 점수만 가지고 4배수를 모집하였는데, 어느 가을날 저녁, 1차 모집에서 합격이 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래도 4배수니까)

 

이제 면접이 남았습니다. 면접은 기본 소양에 관한 면접과 전문적인 지식에 관한 면접이 있습니다. 실제 문제를 푸는 추론능력을 보는 면접도 있습니다. 면접에 임하는 자세는 "무조건 큰 목소리로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자" 였습니다. 실제 면접시에도 다시 훈련병이 된 것처럼 큰 목소리로 천천히 대답하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면접 문제는 뇌와 관련된 것이 나왔습니다. (대학교때 뇌와 관련된 실험실에 가려고 했었고, 뇌에 관련된 배경지식이 있어 저에게는 자신있는 분야였습니다.) 덕분에 면접에서 대답같은 대답을 할 수 있었습니다.  (* 참고 : 예방의학의 역학 파트를 공부하는 것도 면접에 큰 도움이 됩니다.)

 

 

대학교 4학년 졸업을 앞 둔 어느 날, 기말고사 기간이 거의 끝나갈 때쯤, 대학교 도서관에서 한적하게 시험 공부를 하고 있던 저녁, 의학전문대학원에 최종합격을 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너무 기뻐서 한 걸음에 달려나가 부모님께 전화로 소식을 알렸던 그 날이 기억납니다. 그것도 추가모집이 아닌 원래 전형에 합격을 한 것입니다. (심지어는 입학때 반액 장학금도 받았습니다.)

 

앗! 또 내용이 길어져 공부법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이어 적도록 하겠습니다.

 

 

2020/03/27 - 평범한 사람이 의대에서 1등할 수 있었던 공부하는법 공부방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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