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발표 잘하는 법
의대 본과 3학년부터 실습을 나갑니다. 실습 과정 중 반드시 겪게되는 과제. 실습 뿐 아니라 의사 면허를 취득 후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 (펠로우) 때도 겪게되는 필수적인 과제. 바로 환자 케이스 발표 입니다.
케이스 발표란, 환자의 특수한 임상 상황을 가지고 발표, 토론하는 것입니다. 실제 상황을 기초로 토론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습에도 도움이 될 뿐더러, 여러 분야의 의사들이 모여 토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치료방법이나 아이디어가 도출되기도 합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절대 환자의 이름, 얼굴, 환자번호 등, 식별정보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저도 학생때 내과 전체 회의때 진행했던 케이스발표 시간에 수많은 질책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준비한 슬라이드, 발표 내용이 다 엉망이었던 것이죠. 그 이 후로 깨지고 또 깨지면서 습득한 케이스 발표 노하우를 적어봅니다.
노하우를 적용 시킨 두 번째 케이스 발표때는 칭찬을 들었고, 인턴이 되고 나서 했던 소화기내과 케이스 발표때도 좋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전공의때도 (다른 발표는 영 시원치 않았지만) 케이스 발표 만큼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ㅎㅎ
* 막상 적다보니, 정말 별거 아닌 노하우 일 수 있겠습니다. 비록 대단한 내용은 아니지만, 케이스 발표를 앞두고 밤새 고민하시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래봅니다.
1.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1) 주제 정하기
처음 주제를 잘 정해야 발표가 산으로 가지 않습니다. 주제를 너무 포괄적으로 잡으면 발표 준비도 어렵고 청자들도 남는 것이 없습니다. 케이스를 선정할 때, 혹은 케이스를 받을 때, 교수님이나 상급자 전공의 선생님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케이스를 선정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 환자분은 결핵으로 입원한 분입니다. 교수님께서 회진 중 A 환자의 내용으로 케이스 발표를 준비하라고 합니다. 왜 교수님께서 그 환자분을 특정하셨는지 의도를 알아야 합니다. 만일 별 고민없이 결핵에 대해 전반적인 내용으로 발표한다면, 그저그런 발표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케이스 주제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합니다.) 예를 들면 결핵 치료제의 부작용 사례, 내성결핵의 치료 방법 등으로 좀 더 세부적으로 주제를 잡아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2) 개연성
듣는이가 딴 생각을 안하고 발표에 집중을 잘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영화도 개연성이 안맞으면 스토리가 연결이 안되고 재미가 없듯, 케이스 발표 내용에도 개연성이 있어야 합니다. 즉 앞에서 이야기 했던 내용이 뒤에서 나올 내용과 관련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위궤양으로 인한 출혈 케이스라면, 대표적인 증상위주로 서술하며 (예. 흑색변, 복통, 토혈 등) 검사 결과에서도 관련있는 핵심 검사를 강조해서 이야기해줍니다. (예. 빈맥, 빈혈, BUN상승 등) 반대로 관련은 없는데 이상 결과로 나온 것은 굳이 언급할 필요 없이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예. 소량의 혈뇨나 단백뇨, 약간 증가한 염증수치... 등)
*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뒤에 나올 problem lists 가 되며, 이러한 단서들을 통해 추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뒤에서 다룰 것도 아니면서 앞에서 불필요하게 언급을 많이 하면, 발표 자체가 장황해지고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약간의 편집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환자가 호소했던 증상 중에 핵심내용과 아주 관련 없는 것들은 생략하거나 아주 간단히 언급할 수 있겠습니다. 또 질환의 경과 중 핵심내용과 관련 없는 이벤트는 생략해도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위궤양 케이스 발표인데, 입원 중 관절이 아파서 정형외과 협진을 본 내용 등은 생략합니다.
(3) 궁금하게 만들기
핵심 주제에 관한 것을 처음부터 공개하면, 청자들이 금방 지루해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궤양 케이스 발표인데, 오래전 위궤양 과거력이 있었던 분이라고 합시다. 발표할 케이스 주제가 '위궤양의 진단과 치료' 라고 한다면, 오래전 위궤양 과거력을 빼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주제가 '재발성 위궤양의 치료' 라고 하면 당연히 과거 위궤양 병력을 기술해야겠지요.) 나중에 여러 단서를 토대로 위궤양을 진단할 것인데, 미리 위궤양을 언급해버리면 김이 새버릴 수 있습니다.
청자들은 보통 일반인이 아닌 의사 또는 의대생, 의료인일 것입니다. 청자들로 하여금 응급실에서 환자를 실제로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을 줘야합니다. 상상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처음에는 정보를 너무 많이 주면 안됩니다. 이 후 조금씩 조금씩 단서들을 제공해주면서, 청자들도 머릿속에 어렴풋이 '위궤양 아니야?'라는 자신만의 가설이 떠오르게 하는 발표가 좋은 발표입니다.
2. 교훈이 있어야 한다.
귀한 시간을 내어 모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입니다. 뭔가 얻어가는게 있어야 합니다.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케이스를 통해 얻은 교훈과 바탕이 되는 핵심 이론내용을 강조해서 그 내용만큼은 머릿속에 남아있도록 해야합니다. 발표가 끝난 후 질문이 많이 나왔다면, '발표 내용을 잘 따라왔구나', '발표 내용이 잘 전달되었구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3. 발표 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
마지막입니다. 가장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20분 발표면, 15분 정도 발표하고 5분 정도는 질의문답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시간 분배를 잘 해야합니다. 간혹 준비를 너무 많이 해서 분량이 많아지고 그러다보니 정해진 발표 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악입니다. 자신없다면 미리 연습을 해서 시간내에 끝내야 합니다. 15분 동안 발표할 것이라면, 예행연습을 통해 13분에 끝내도록 준비해야합니다. 13분에 맞춰 준비하더라도 실제 발표에서는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초과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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