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7. 간의 마지막 모습 간경화
- 03_프로젝트/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 2020. 4. 29.
어려운 의학용어를 사용하여 대화하는 의료진들, 그들은 환자인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나는 그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어 답답하고 무섭습니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표정만 보고 짐작할 뿐입니다. "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프로젝트에서는 각 질병에 대해 흔히 사용하는 의학용어와 치료에 관한 대강의 방향을 쉽게 설명하여 의료진들과의 의사소통을 더욱 쉽고 정확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다만 질병의 치료는 각 개인에 맞추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치료적 결정은 주치의와 상의하여야 하며, 본 코너에서는 큰 흐름만 설명할 것입니다.
[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7. 간의 마지막 모습 간경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여러 장기들이 노화나 특정 질병으로 인해 점점 만성적으로 기능이 떨어지고, 치료에도 효과가 없을 정도로 기능이 더 떨어지면 결국 사망하게 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봅시다.
심장이 심근경색으로 기능이 떨어지면 심부전이됩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연사 할 수 있습니다.
폐가 지속되는 흡연으로 망가지고 기능이 떨어지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이 됩니다. 이 때에도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차고, 산소통을 지니고 살아가게 됩니다.
신장이 당뇨나 고혈압으로 기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만성콩팥병이되고, 기능을 거의 잃으면 신장이식이나 투석을 해야 합니다.
간은 술이나 만성 바이러스 간염으로 지속적으로 기능이 떨어지면 만성 간염의 단계를 벗어나 간경화가 됩니다.
간경화에 대해 자세히 살펴봅시다.
간경화는 말 그대로 간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어로는 Liver (간) + cirrosis (경화) 로 표현하고, 줄여서 LC (엘씨) 라고 말합니다. 의료진들은 LC 라는 말에 익숙해있습니다. 예문을 보면 "엊그제 퇴원했던 LC환자 방금 다시 응급실로 내원했어!" 등으로 사용합니다.
우리 몸은 손상된 부위를 섬유화 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간도 손상된 간세포가 죽으면 그 자리를 딱딱한 섬유질로 자리를 메꾸게 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환자분들에게 설명드릴때, 간 질환에는 돌아올 수 없는 2가지 단계가 있다고 설명드립니다.
술을 지속적으로 많이 드시거나, 만성 바이러스 간염 (B형, C형) 혹은 심한 지방간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간 세포가 손상이 되면, 결국 간세포가 죽고 그 자리를 섬유화가 채우는 간경화 단계에 접어듭니다. 간경화 단계가 첫 번째 돌아올 수 없는 길의 문을 연 것입니다. 느낌으로 유추할 수 있듯, 섬유화가 진행되어 간경화가 되면, 그 때되어서 술을 끊어도 다시 정상 간으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한번 간경화로 넘어가면, 돌아올 수 없습니다. (물론 아주 드물게 예외는 있습니다. Tenofovir 같은 B형 간염 치료제가 간경화의 호전을 보였다는 결과가 있긴 합니다.)
이렇게 간경화로 진행되면, 간세포암(HCC, Hepatocellular carcinoma)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간경화의 바탕 위에 암이 쉽게 생기는 것입니다. (B형 간염에서는 간경화 없이도 간암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간암,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두번째 문입니다. 왜냐하면, 한 번 암이 생겼다면, 아무리 술을 끊어도 암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며, 암을 도려내더라도 향후에 다시 암이 생길 확율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어떤가요? 무섭지 않나요?"
이렇게 설명을 드려도 술을 끊으시는 분을 거의 못봤습니다. 그래서 술이란게 정말 끊기 어렵구나... 생각을 합니다. 반대로 폐암 환자는 암 진단이 되면 충격을 받으시고 비교적 쉽게 담배를 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술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말 독하게 마음을 먹으셔야 끊을 수 있다고 설명드립니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했습니다.
간은 왠만큼 아프지 않고서는 티를 전혀 내지 않습니다.
간경화가 되어 간기능이 떨어져도 처음에는 몸의 다른 장기에서 보완을 해주기 때문에 전혀 증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간경화가 심해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끔찍한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첫번째, 복수가 찹니다.
그래서 배가 불룩 나와 보이며, 심할 경우 숨쉬는 것도 힘들게 됩니다.
(왜 복수가 생기는지는 전문적인 내용이라 이 코너의 취지와 맞지 않아 생략합니다.)
두 번째는, 피를 토하게 됩니다.
간이 딱딱해지면, 간의 압력이 높아지고, 간으로 들어가는 혈관들에도 압력이 걸립니다. 그래서 식도와 위의 정맥에도 압력이 걸리면서 부푸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위식도정맥류" 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Varix 라고 합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쭈글쭈글한 혈관들이 바로 정맥류 (Varix) 입니다.
내시경으로 들어가 보면 아래 사진처럼 울룩불룩 혈관들이 튀어나와 있습니다.
어떤가요? 느낌이 오나요?
뭔가 약해보이고, 쉽게 터질 것 같은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맞습니다. 위식도정맥류는 쉽게 터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토혈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문제는 출혈량이 많아지면 갑작스럽게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술을 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또 반복적으로, 가족들 몰래 술을 드시고 토혈을 하여 응급실로 다시 내원하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세번째는 간성혼수입니다.
영어로는 hepatic (간의) encephalopathy(뇌증), 보통 줄여서 HE 라고 표기합니다.
간은 해독하는 역할을 하는데, 간 기능이 바닥이 되니, 독소를 해독을 못하고 그대로 뇌까지 도달하여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처음에는 낮과 밤이 바뀌고, 잠을 잘 안자고 혼란스러워 하다가 나중에는 정신을 잃고 혼수상태가 됩니다. 간경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발생합니다.
간성혼수를 일으킬 수 있는 유발요인이 중요한데, 특히 단백질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기류를 갑자기 많이 섭취를 했다던가, 혹은 위식도정맥류 출혈 등으로 위장관에 혈액이 고이면서 소화가 되어 필요이상의 단백질이 흡수가 되는 것입니다. 그 외 변비 (변으로 독소를 내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므로.), 감염, 이뇨제나 탈수 등의 악화 요인이 있습니다.
위의 그림처럼 간성혼수가 일어나면 기억도 못하고, 난리를 치기도 하며, 의식불명으로 누워있기도 합니다.
환자 본인도 괴롭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보호자, 가족 분들이 특히 더 힘듭니다.
그러니 음주를 많이 하시는 분이라면, 지금이라도 간건강을 위해 술을 줄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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