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항암화학치료
- 03_프로젝트/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 2020. 5. 23.
[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항암화학치료
오늘은 항암치료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려고 합니다.
항암치료는 암에 대한 치료 입니다.
암 이라고 하면 굉장히 무섭고 갑갑합니다. 어감도 매우 좋지 않습니다.
세상에 여러가지 암 보험이 활개치는 것을 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을 두려워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공의 기간 동안 약 6개월 정도를 종양내과 수련을 받은 것 같습니다.
환자분과 가족분 앞에서 말기 암 진단을 내리고, 그 분들의 표정을 보면서...
그리고 알고 지냈던 환자분들이 임종을 하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 또한 속에서 무겁고 묵직한 감정이 마구 소용돌이 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병에 대해 설명드리고, 치료 계획을 알려드리고
그 과정이 불편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도와드리는 그런 부분에서 보람을 느껴
한 때 종양내과 의사를 꿈꾸기도 했었죠.
일단 암은 고형암과 혈액암으로 구분됩니다.
고형암은 위암, 폐암, 간암, 유방암, 대장암 등과 같이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암입니다.
반면 혈액암은 백혈병과 같이 혈액 세포가 암세포로 변화하여 혈액이나 골수 내에서 증식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덩어리는 없는 암입니다.
암의 치료는 이러한 암의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선 고형암은 덩어리가 지기 때문에 잘라내야 완치가 됩니다.
즉 수술을 할 수 있으면 수술적 치료가 우선입니다.
하지만 암이 진행되어 주변 조직으로 침투하거나 멀리 다른 장기로 원격전이가 있다면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해집니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종양 덩어리를 제거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암세포 하나하나 개별 세포들이 어딘가 남아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결국 다시 증식하여 수개월 뒤에 또 다시 암덩어리가 될 것입니다.
만일, 암의 진행이 상당하여 수술을 못할 경우에 항암치료를 고려하게 됩니다.
즉 (대부분의) 고형암에서 항암치료는 완치 목적이 아닌 것입니다.
(물론 생식세포 종양 등 완치 목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예외는 있습니다.)
반면 혈액암의 경우 덩어리가 없기 때문에 수술을 할 수 없으며,
항암치료만으로도 완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외 암에 대한 치료로 방사선치료, 면역치료 등이 있습니다.
항암치료는 영어로 Chemotherapy 라고 합니다.
(항암치료의 정식 명칭은 항암화학치료입니다.)
의사들은 "케모"라고 줄여서 말하기도 합니다.
"그 환자분 오늘 케모쳤어?"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많은 의사들은 케모의 동사로 "쳤다"를 쓰는 것 같습니다.
이를 지적하는 종양내과 교수님들도 계십니다.
항암치료의 약제는 종류가 매우 많습니다.
종류가 많은 만큼 부작용도 다양하고, 특성도 다양합니다.
각 암의 종류에 따라 어떤 항암제가 가장 효과가 좋은지
현재까지 그리고 지금도... 세계의 수많은 병원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각 암종마다 표준 항암치료의 종류가 정해져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든 미국이든 대장암이라고 하면 그 때 사용하는 항암치료의 성분은 똑같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국내에서도 서울이나, 지방도 마찬가지 입니다.
항암치료의 주된 특성은 빨리 자라는 세포에 공격을 가하는 것입니다.
빨리 자라는 세포라 하면, 증식을 많이 한다는 뜻인데
바로 암세포가 그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암세포가 증식하면 DNA 도 많이 복제를 해야합니다.
그런데 항암제가 마치 DNA 의 재료처럼 작용해
"안그래도 재료 부족할텐데 나를 가져다 써..." 하면서 재료가 되어 줍니다.
하지만 그 재료는 독약과 다름없습니다.
세포 증식을 멈추고 세포를 죽게하는 신호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원리로 항암제는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공격을 가합니다.
그런데, 항암제가 암세포만 딱 구별해서 공격하면 좋겠건만
이러한 구별 능력은 없습니다.
그래서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줍니다.
항암치료 후 탈모가 생기는 원인도 모낭세포가 공격을 받기 때문입니다.
(물론 항암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탈모는 좋아집니다.)
그 외 우리몸의 대부분의 세포는 암세포처럼 빨리 증식하지 않기 때문에 영향이 덜합니다.
그런데, 우리몸의 세포 중 그 나마 빨리 자라는 세포가 있습니다.
바로 혈액세포들입니다.
혈액 세포 중 대표적인 것이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 몸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적혈구, 그리고 혈액응고에 도움을 주는 혈소판이 있습니다.
얘내들이 문제입니다.
항암치료 후에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들이 죽어서 감소할 수 있습니다.
백혈구가 줄면 면역이 약해지고
적혈구가 줄면 빈혈이 생깁니다.
혈소판이 줄면 쉽게 멍이들고, 출혈이 생겼을 때 지혈이 잘 안됩니다.
아마 항암치료 하시는 환자를 둔 가족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퇴원하고 열나면 응급실로 오세요!"
이 말은 항암치료 후 백혈구가 줄어든 시점에서 세균이라도 침입하면
면역이 떨어져 몸이 싸울 힘이 없습니다.
그나마 할 수있는 면역반응인 몸에 열을 내는 것이 고작입니다.
그래서 열이 나면 큰 일입니다.
면역이 약한 틈을 타 세균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항암치료 하시는 분들은 이런 이유로 날 음식들 (회, 스시 같은...)을 피해야 합니다.
또한 마스크도 쓰고 되도록 사람많은 장소는 피하면서 외부와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열이 나서 응급실로 오시게 되면,
병원에서는 우선 열이 날만한 원인을 조사하고,
혈액, 소변 등에서 배양검사를 하여 세균이 자라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위험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좋은 항생제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한편,
실제로 백혈구 수치가 떨어졌다면,
백혈구의 증식을 유도하는 성장인자를 주사로 투여합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감소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들은 다시 만들어져 그 수가 늘어나 정상화 됩니다.
그래서 혈액세포들이 감소한 시점에서 세균이 침투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 그래프에서 ANC 는 절대호중구의 수로서 세균들과 싸우는 세포들입니다.
그냥 편하게 면역력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보통 일반적인 경우 1000개 이상이나
그 이하로 떨어지면 면역이 감소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외는 있습니다. 물론.)
그리고 500개 이하면 면역이 심하게 감소된 것입니다.
X 축 cycle day 는 항암제를 투여한 날을 0으로 보았을 때 이 후 날짜입니다.
위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듯 항암제를 투여하고 바로 수치가 저하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서히 감소하다가 대략 7일 정도에 비로소 최저점을 맞이하고
그 이후로는 증가합니다.
이렇게 수치가 떨어진 7일 전후 시간을 nadir 시기라고 합니다.
nadir 는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최악의 순간" 이라고 하네요.
따라서 항암치료 받으시는 분들은
항암제 투여 후 1주일 전후로 nadir 시기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겠습니다.
한편, 항암제 용량이 너무 적거나 약하면, nadir 가 오지 않습니다.
이러면 항암 효과가 별로 없는 것이니 용량을 올려야겠고,
반대로, nadir 가 너무 심하게 찾아오는 경우에는
다음번 항암제 투여시 용량을 줄여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참고로 말씀드리면,
항암제가 혈관으로 안들어가고 피부로 새어 나올 경우 피부괴사를 일으키는 몇몇 항암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항암제를 계속 투여하다보면 혈관이 약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특별한 도관을 항암치료 시작시 설치하기도 합니다.
케모포트라는 것입니다. (chemoport)
암이란 병이 참 힘듭니다. 무섭습니다.
거기다가 수술까지 할 수 없다는 말기암 이야기까지 듣게 되면 그 좌절감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암이란 병의 딱 한 가지 유일한 장점을 꼽자면,
말기 암환자는 자신이 임종할 날을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말기 암은 진단 받고 곧바로 임종하시는 분은 거의 안계십니다.
대부분 수개월에서 수년간 생존해계시다가 임종을 맞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좌절 가운데, 남아있는 생존 기간동안 삶을 더 가치있고 풍요롭게 사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시간을 보내고,
신앙을 더욱 고취시키기도 하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시간이 됩니다.
보통 5년이상 생존해 있다면 완치라고 표현합니다.
요즘 시대에는 약이 좋아져서 항암제의 효과가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한 예로 폐암 말기의 경우 옛날에는 1년도 생존하기 어려운 병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적어도 1년 이상 생존하시는 분이 부지기수 입니다.
특별한 경우에는 항암치료로만 5년 이상 생존해 있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항암치료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Performance status 가 좋아야 합니다. (아래 표 ECOG 로 등급을 매깁니다.)
적어도 아래 표에서 ECOG 2 이상은 되어야 항암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즉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화장실도 스스로 가고 걸을 수 있는 환자여야 합니다.
힘이 없어 누워만 계시는 노인환자분께 항암치료를 한다면?
오히려 항암치료 때문에 그로 인한 감염 등의 합병증으로 더 일찍 임종하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서라도
좋은 음식을 많이 드시고,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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