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걸음걸이가 좀 이상해서 CT 찍어봤더니 뇌출혈?!

좀 이상해서 CT 찍어봤더니 뇌출혈?!

 

 

 

 

1년 반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70대 후반의 할머니 투석환자분이셨는데,

투석 중에는 혈압도 떨어지지 않고, 체중도 적당히 늘어오시고, 검사 결과도 좋으신,

매우 안정적인 분이셨습니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요새 불편하신 점은 없으세요?" 라고 여쭤보면,

항상 웃으면서 다 괜찮다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투석실 주치의로서 그 분 앞을 지나갈 때 마음이 참 편했습니다.

 

 

한번은 투석을 마치고 집에 다 도착해서,

계단을 오르다가 넘어지면서 다리를 다치셨습니다.

다음 투석에 오셨을 땐, 표정이 좋진 않았지만, 역시나 말로는 "자긴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왠걸... 혹시나 싶어 고관절을 눌러보니 "으억!" 비명을 지르시더군요.

이 정도 통증이면, 골절이겠다싶어 바로 응급실로 가시라고 하여 X-ray 를 찍어보니,

역시 고관절 골절이었습니다.

그 즉시 입원하셔서 수술까지 받으셨지요.

 

 

그 일이 있고난 후 할머니의 웃음과 항상 괜찮다는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고관절 수술을 하셔서 휠체어를 타고 투석실을 왔다갔다 이동하셨는데,

침대에서 내려와 휠체어를 타시는 모습이 엉거주춤하니 힘이 없고 이상합니다.

게다가 말도 어눌하고 평상시와 다른 모습입니다.

역시나 할머니는 자긴 괜찮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 또 다시 응급실로 보내 머리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할머니 CT 사진은 아닙니다. 급성(좌)에서 만성(우)으로 변화해가는 뇌출혈 사진입니다.

 

 

역시... 뇌 출혈입니다.

이 후 그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여,

요양병원에서 입원한 채 투석을 받으신다고 하여 투석실을 옮기셨습니다.

아직도 그때 그 찜찜했던, 그리고 철렁 가슴이 내려앉았던 느낌이 생생합니다.

 

 

 

 

투석 환자분들은 출혈에 약합니다.

요독증으로 인해 혈소판의 응집 기능이 약해진 탓도 있을 것이고,

투석기에서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막기위해

헤파린이라는 응고방지제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요인입니다.

게다가 대부분 혈관 건강이 나쁘므로,

아스피린과 같은 혈소판응집 억제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체내 수분이 많아 혈압이 높은 경우가 많으므로, 쉽게 혈관이 터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투석 환자분들은 출혈이 잘 일어납니다.

 

지난 달에도 두통이 지속되던 환자분 뇌 CT 촬영을 권유하여 찍어 본 적이 있으며,

(다행이 출혈은 아니었습니다.)

두 달전에는 한쪽 팔의 근력이 떨어진 환자분이 있어

응급실로 보냈고 뇌경색 진단이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투석 받으시는 분인데, 관련 증상이 있다면

뇌 CT 촬영을 주저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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