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극심한 스트레스

 

 

극심한 스트레스

 

1. 인간 계량기

 

40대 남성분입니다.

평소 관리를 굉장히 잘하여 회진때 별로 해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입니다.

항상 일정하게 체중을 늘어오시는 분입니다.

체중을 일정하게 하기 위해 일정한 운동을 하고,

밥도 정확히 무게를 달아 소분해서 드신다고 합니다.

체중만 일정할 뿐아니라 혈압과 검사결과도 항상 일정하게 잘 유지되었습니다.

 

 

 

2. 변화의 시작

 

아직 젊으시기 때문에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어렵게 어렵게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에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항상 피곤해보였고,

투석하는 시간동안은 축 늘어져 곯아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자주 팔과 허리의 근육통이 생겨,

진통제를 처방받아가셨습니다.

 

그러면서, 체중이 들쑥날쑥해졌고,

혈압도 들쑥날쑥, 원래 혈압약을 복용안했지만,

이제는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과 칼륨수치도 항상 일정했던 분이지만,

이제 인수치도 높고, 칼륨도 상승합니다.

식이조절이 잘 안되었습니다.

 

 

 

3. 마음에도 병, 몸에도 병

 

간수치가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40까지가 정상인데, 수백대로 증가한 것입니다.

원인을 찾기위해 이런 저런 검사를 해봅니다.

급성 B형 바이러스 간염이었습니다. (그전에 B형 간염이 없었던 분입니다.)

다행이 4개월 뒤 급성 바이러스 간염은 깨끗이 완치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빈혈입니다.

갑자기 정기 검사에서 빈혈수치가 쑥 떨어졌습니다.

최근 속이 쓰리다고 한 것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다 식은땀이 되어 떨어집니다.

 

'아 위궤양이구나!'

 

레지던트 시절 스트레스성 궤양으로 중환자실 환자 2명을 잃었던 기억이 납니다.

(심각한 중환자들이었는데, 워낙 혈관이 안좋다보니, 궤양이 생겼지만, 지혈이 안되고 회복이 안되었습니다. 빠르게 수술을 하였음에도 결국 진균감염, 다제내성균의 패혈증으로 돌아가셨던 환자분들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

 

즉시 위내시경을 해보았는데,

역시나 흉측하기 짝이없는 거대한 궤양이 보입니다.

다행이 조직검사에서 위암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스트레스가 상당했구나...하고 간접적으로나마 느꼈습니다.

(근육통으로 복용한 진통제 또한 궤양의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 지경이 되도록 어떻게 참았을까...

 

급성 바이러스 간염에 이어 위 궤양까지 순서대로 지나가면서

몸도 마음도 쑥대밭이 됩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자꾸만 생길까' 라는 표정으로 어이없어 하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이제는 말합니다.

"다 내려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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