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투석실은 당뇨발과 전쟁 중

[투석실 이야기] 투석실은 당뇨발과 전쟁 중

 

 

 

투석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은 당뇨병입니다. 그러다보니 투석실에서는 당뇨발을 겪고 계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당뇨발은 대표적인 당뇨병의 합병증입니다. 당뇨 때문에 신경이 망가지다보니 (신경병증) 감각이 둔해져 쉽게 발에 상처가 나기도 하고 부적절하게 하중이 가해져 궤양이 생깁니다. 게다가 혈관 상태도 좋지않아 (혈관병증) 혈액의 순환이 원할하지 않다보니 상처가 잘 낫지않고 악화되어 감염, 궤양, 발의 변형 등을 유발합니다. 상처는 더디게 회복될 수도 있지만, 뼈까지 감염이 번져 결국 절단 수술까지 받게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상처가 발에 주로 발생하고 감각도 떨어져 있다보니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 보이면서 열이 나고 염증 수치가 상승되어 있는데 엑스레이도 괜찮고 감기 증상이나 설사 등 다른 이상도 없어보인다면 무조건 양말을 벗겨봅니다. 그때서야 말씀하십니다. "아... 발에 작은 상처가 있었는데...."

하지만, 양말을 벗겨보면 결코 작은 상처가 아닙니다. 

당뇨발에 관하여 몇 가지 기억나는 사례를 적어봅니다.

 

 

#1. 70대 후반 남성분입니다. 발톱을 깎다가 엄지발가락 끝에 작은 상처가 발에 났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상처였는데 소독을 해도 잘 낫지 않습니다. 결국 발가락 전체가 검게 변했습니다. 정형외과에서는 절단 수술을 권유 합니다. 수술을 잘마쳤으나 입원 중 패혈증이 생겨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처음은 작은 상처였으나 점차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생명까지 앗아간 것입니다.

 

#2. 60대 중반 남성분입니다. 당시에 사회생활을 하고 계셨던 분이라 밤 시간에 투석을 받으러 오셨던 분인데, 발등에 상처가 생기고 궤양이 되었습니다. 발등의 궤양은 주로 신발과 접촉하여 발생합니다. 아마도 불편한 구두로 인해 발등에 상처가 났던 것 같습니다. 주기적인 상처 소독에도 상처 회복이 되지 않아 정형외과 진료를 받고 절단 수술을 권유 받았으나 수술은 거부하셨고 입원하여 항생제, 혈관확장제 주사, 혈관확장술, 피부 이식수술 등을 시행한 후 퇴원하였습니다. 절단 수술은 하지 않았으나 비용이 엄청나게 들었다고 하소연하였습니다. 퇴원 후에도 아직 피부이식 수술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여서 상처 관리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계셨고 예민한 모습이었습니다. 추후 이사를 하시면서 다른 투석실로 옮기셨기 때문에 상처가 끝까지 잘 아물었는지, 결국 절단수술을 다시 받으셨는지는 잘 모릅니다.

 

#3. 50대 여성분입니다. 당뇨 관리가 잘 안되었던 분입니다. 이미 한쪽 다리는 절단 수술을 받은 상태였으며 나머지 발에도 당뇨발이 생겨 계속 정형외과 진료를 받고 계셨던 분입니다. 그런데 최근 당뇨발이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발가락이 모두 검게 변하고 진물도 나오면서 심한 악취를 풍깁니다. 절단 수술을 권유받았음에도 환자 본인이 절단 수술을 계속 미루고 계신 상태입니다. 염증이 계속 악화되면서 열이 나기 시작하고 혈액검사에서 염증수치가 상승합니다. 염증이 심해지면 우리 몸은 피를 만드는 공장이 가동을 멈추게 되는데, 이 분도 빈혈이 6점대까지 계속 떨어집니다. 호흡곤란에 컨디션 악화, 결국 응급실로 내원하여 절단수술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염증수치, 빈혈수치 모두 회복된 상태입니다.

 

#4. 70대 중반 남성분입니다. 당뇨관리는 잘 되었으나, 하지 혈관이 좋지 않아 몇 차례 시술도 받고 스텐트도 삽입하였던 분입니다. 이분도 갑자기 발등에 상처가 생겼습니다. 예전에도 당뇨발때문에 크게 고생하였던 분이라 평소 발을 자주 들여다보고 꽉 조이는 신발대신 널찍한 신발을 신으십니다. 그래서인지 발 상처를 빨리 발견을 하였고 상처의 깊이도 얕았습니다. 상처가 생기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였습니다. 주기적으로 소독을 잘 받았고 원래 다니셨던 정형외과에 진료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상처는 잘 아물었습니다.

 

#5. 70대 중반 여성분입니다. 당뇨와 심부전이 있는 분이며, 투석 중 혈압저하가 심합니다. 그만큼 심장기능이 매우 약해져 있는 분입니다. 정강이에 생긴 작은 상처가 회복되기까지 3개월 이상이 소요되었습니다. 매번 투석실에서 정강이 상처를 들여다보며 상처가 호전되고 있어 안도하고있을때쯔음... 청천병력같은 말을 전해듣습니다. "새끼발가락 색깔이 시커멓게 변했어." 신발에 압박을 받아 상처가 났었는지, 아니면 어디 물건에 부딪혀 상처가 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괴사가 진행되어 새끼발가락 색깔이 검게 변했습니다. 정기적인 드레싱, 하지 혈관 확장술, 혈관확장제 주사, 주사 항생제 등 여러 치료를 거친 후 결국 새끼발가락만 절단하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6. 50대 초반 남성분입니다. 최근에 새로 오신 분입니다. 양쪽 발에 커다란 궤양이 있습니다. 각각 대략 5cm 이상은 되어보입니다. 깊이도 깊습니다. 이정도 크기에 깊이면 뼈까지 염증이 침범했을 것 같습니다. 정형외과를 다니시고 계시지만 절단 수술 이야기는 못들었다고 합니다.(수술을 거절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혈당 조절도 안됩니다. 당화혈색소가 10%가 넘습니다. 염증수치도 높습니다. 집에서 소독을 하는데 술로 소독을 한다고 합니다. 우선 혈당조절부터 설득 중입니다. 인슐린을 계속 증량해서 맞고 식사조절, 체중조절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본인 생각이 확고하신분이라 쉽지 않습니다.

 

 

 

당뇨발은 관리가 중요합니다. 발에 상처가 생겨도 감각이 떨어져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발의 피부와 발가락 사이를 매일 관찰하여 물집, 굳은살 등을 확인해야합니다. 순한 비누를 이용하여 매일 발을 씻고 잘 말려줍니다. 목욕 후 발톱이 부드러운 상태에서 잘라주고 발톱을 수평으로 잘라서 내향성발톱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마르고 딱딱한 피부는 습윤 로션을 발라주는데, 발가락 사이는 쉽게 물러지므로 안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피부를 쉽게 마르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뜨거운 물에 목욕하거나 뜨거운 물주머니, 전기장판, 온열기구는 화상예방을 위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압력이 분산되고 꽉 끼지 않는 신발을 신어야 합니다. 신발은 너무 좋이거나 느슨하지 않고 피부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어야 합니다. 새 신발은 하루 1~2시간씩 천천히 신어서 적응하도록 해야합니다. 맨발 보다는 실내화를 신도록 합니다.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흡연, 코르셋, 조이는 벨트, 다리를 꼬는 자세, 책상다리로 앉기, 오래 서있는 행동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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