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투석시간을 줄여주세요가 아닌 늘려주세요?
- 00_투석실 이야기
- 2023. 5. 16.
[투석실 이야기] 투석시간을 줄여주세요가 아닌 늘려주세요?
투석시간 원칙
투석시간은 기본 4시간씩 주 3회가 원칙입니다. 이렇게 해야 콩팥을 대신해서 우리 몸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설정된 최소 시간입니다. 24시간 동안 일하는 콩팥 대신 일주일에 최소 4시간씩 3번은 해야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상황에서 투석시간을 약간 줄일 수 있습니다. 투석을 안할 수는 없으나 비교적 잔여 콩팥 기능이 많이 남아있는 경우 투석을 주 2회만 하시거나 시간을 줄여서 하기도 합니다. 고령의 환자의 경우 처음 투석을 시작할 때 주 1~2회 정도로 시작하여 점차 늘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30분만 줄여주면 안되나?
몇몇 환자분이 일찍 투석을 끝내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몇몇 분들이 쑥쓰러워하시면서 본인도 투석시간을 줄여달라고 요청하시곤 합니다. 물론 현재 혈액검사결과 및 여러가지 근거를 들어가며 투석 시간을 잘 지켜서 해야한다고 답변을 드리지만, 못내 아쉬워하십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도 확실히 투석 시간을 제대로 지켰을 경우 뒤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어떤 분은 (일부러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자주 투석시간에 늦으시거나 혹은 급한 일이 있다면서 1시간 혹은 30분씩 계속 짧게 투석을 하였던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은 이번달 정기 검사에서 인수치와 요독수치가 급격히 상승하였고 흉부 엑스레이에서도 폐와 심장에 물이 고여있는 나쁜 결과를 보였습니다. 또 어떤 분은 수개월 전 주 2회로 시작하였던 분인데, 최근 혈액검사상 인 수치가 오르고, 혈압 조절이 안되면서 피로감이 심하여 주 3회로 투석량을 늘렸고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로 투석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주 2회로 투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소변도 잘 보시고 검사 수치상에도 잔여 콩팥기능이 남아있는 분이 계십니다. 그러나 실제로 주 2회로 갔을 경우 너무 아슬아슬하게 투석을 하게 될 것 같아 3회로 투석을 진행하고 있는 분입니다. 이 분은 매번 투석하러 오실 때마다 혈압 100점, 혈당 90점, 체중 증가량 100점이고, 매달 시행하는 혈액검사에서도 모든 검사결과가 100점, 3개월마다 시행하는 흉부 엑스레이에서도 100점입니다. 혈압, 당뇨 기저질환 모두 가지고 계시고 칠순이 넘은 나이임에도 매우 안정적으로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계십니다.
이제 4시간 지켜서 할래요.
최근에 올바른 투석으로 효과를 보자 본인 스스로 투석 시간을 더 늘려달라는 분이 있어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이분은 본인의 주장이 매우 확고하신 분이라 3시간에서 3시간 30분 정도로 줄여서 투석을 받고 계시고 4시간을 채워서 시행했던 날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4시간을 하셔야 한다고 설득을 드려도 거칠게 화를내며 거절을 합니다. 결국 그러한 투석 방식이 혈액검사에도 고스란히 반영이 되었습니다. 6개월 전 검사에서 인수치는 9.9 로 매우 높은 상태이고, 칼륨도 6.1로 높았으며, 혈당 조절도 잘 되지 않아 당화혈색소가 9.8% 까지 증가하였습니다.
2022년 11월 검사
Hb (빈혈수치) | 10.5 |
BUN | 75.5 |
Cr | 14.0 |
P (인) | 9.9 |
K (칼륨, 포타슘) | 6.1 |
Glucose (혈당) | 245.7 |
HbA1c (당화혈색소) | 9.8% |
그런데, 최근에는 달라졌습니다. 운동을 시작하신 후 체중 증가량이 매우 줄었고 혈당도 좋아졌습니다. 투석 시간도 4시간으로 늘려서 제대로 하셨는데, 투석시간을 늘리고 나서 컨디션이 너무 좋아졌다며 오히려 본인이 4시간으로 계속 하시겠다며 스스로 요구를 할 정도입니다. 실제로도 변화된 투석시간과 생활 방식은 정기 혈액 검사에 반영이 되어 최근 시행했던 5월 검사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요독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물론 음식물 종류 등 여러가지 변수가 있지만.) BUN 수치가 감소하였고 인과 칼륨이 정상적으로 감소하였고 당화혈색소도 9.8% 에서 7.1% 로 크게 감소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2023년 5월 검사
Hb (빈혈수치) | 11.4 |
BUN | 32.9 |
Cr | 12.9 |
P (인) | 3.6 |
K (칼륨, 포타슘) | 4.3 |
Glucose (혈당) | 151.4 |
HbA1c (당화혈색소) | 7.1% |
결론
지금의 건강상태가 최소한 유지는 되도록 투석을 해야합니다.
시간을 짧게 투석을 하면, 당장은 편할지 모르나 나중에 괴로워질 수 있습니다.
올바른 투석으로 지금도 건강하고 앞으로도 쭉 건강하게 지내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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