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투석을 시작한 뒤 생기는 변화

 

 

0. 개요

얼마전 투석을 처음 시작하신 분이 오셨습니다. 중년의 여성분.

콩팥이 좋지 않아 대학 병원을 꾸준히 다니다가, 

콩팥 기능이 점점 악화되어 결국 혈액투석치료를 시작하게 되고.

대학병원 투석실 자리는 만석인데, 투석은 중단할 수 없기에

집에서 가까운 지역병원 투석병원으로 옮기오신 분입니다.

 

투석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것도 당혹스러운데,

그동안 의지하고 관리받았던 대학병원, 주치의 교수님도 멀어진 상태

얼마나 슬프로 두렵고 걱정될지 알기 때문에,

특별히 더 친절하게 대화를 청합니다.

역시 몇 마디 대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눈 속에 눈물이 가득 고입니다.

 

"투석만은 하지 않길 바랬는데...."

 

투석을 시작할 때 참 두렵고 막연히 무섭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석을 시작하여 이미 일상생활에 큰 만족을 느끼고 계신 분들을 본다면

투석치료가 그리 두렵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투석치료로 좋아질 본인의 모습을 상상하며,

풍성해진 일상을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맥락에서

투석을 시작한 후 생기는 변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살이 빠집니다. (부종이 빠집니다.)

보통 투석을 이제 막 시작하신 분들은 부종이 많습니다.

수분 배출이 잘 되지 않고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얼굴도 붓고, 다리도 부어있습니다. 얼굴, 다리 뿐 아니라 몸 전체적으로 수분이 많습니다.

엑스레이 사진을 봐도 폐도 부어있고, 심장도 부어있습니다.

 

투석을 하면, 쓸데없이 남아있는 수분을 배설할 통로가 생긴 것입니다.

투석을 하면 할 수록 불필요하게 남아있는 수분을 걷어냅니다.

그럼 체중은 자꾸 빠지게 됩니다.

부종이 빠지면서 다리도 홀쭉, 얼굴도 홀쭉, 배도 홀쭉해집니다.

 

주변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나면 물어봅니다.

 

"너 어디 아파? 얼굴이 반쪽이야,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안쓰러워."

 

아닙니다. 더욱 건강해지고 있는 과정입니다.

몸에 불필요한 수분이 쌓여있으면, 심장이 느끼는 부담은 큽니다.

반대로 몸에 불필요한 수분이 빠져나가면 심장이 건강해지고

숨도 안차고 몸이 가벼워 집니다.

 

(제 경험상 투석 전 부종이 심했던 분들은 투석 시작 후 5~10kg 정도가 빠지는 것 같습니다.)

 

한편, 초기에 수분을 빼고, 투석을 연속으로 하다보면

다소 기운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의료진과 적절히 상담을 하여

투석의 강도를 조절하면 좀 더 편안한 투석생활이 가능해집니다.

 

 

 

2. 혈압이 안정됩니다. (혈압약이 줄어듭니다.)

몸에 쌓여있던 불필요한 수분들이 빠져나가니,

혈압이 안정되기 시작합니다.

전에는 혈압약을 한주먹 드셔도 혈압이 잡히지 않거나 들쑥날쑥 했습니다.

그런데, 투석을 시작하니 혈압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혈압이 150 이네요. 조금 높으세요."

 

"아니에요 그전에는 더 높았어요. 집에서 재면 170-180 나왔던 적이 많았어요."

 

혈압이 안정되니 혈압약을 줄일 수 있습니다.

3~4가지씩 드셨던 혈압약을 1~2가지로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전해질을 조절하기 위한 약이나, 산염기상태를 조절하기 위한 약, 당뇨약 등도

투석을 시작하면서 보통 줄어 듭니다. 약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것 같습니다.)

 

 

3. 입맛이 좋아지고 살이 찐다.

투석을 하면 요독이 빠져나갑니다.

요독이 빠져나가니 입맛도 좋아지고 잠도 잘옵니다.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부종도 빠지면서 소화도 잘됩니다.

그러다보니 식이량이 다시 늘게됩니다.

식사를 잘 하시니 투석간 체중이 많이 늘어오십니다.

 

"요새 입맛이 너무 좋아졌어요."

 

잘 먹게 되니,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분들도 신이나서 자꾸 사다주십니다.

그러다보면 더 많이 먹게됩니다.

살이 찌면서 얼굴이 좋아집니다.

얼굴도 좋고 잘 먹으니, 아픈 사람 같지 않다는 말을 듣습니다.

 

"너 투석하는 사람 맞어? 누가보면 너 아픈사람인지 전혀 모르겠다."

 

그런데 이 때 생활 습관을 잘 형성해야 합니다.

 

투석 초반에는 식사량이 많지 않으므로

체중도 많이 늘어오시지 않고,

혈액검사에서도 인, 칼륨 등의 수치는 좋은 편입니다.

 

그런데 입맛이 좋아지고 식사량이 늘면서

체중이 많이 늘어오십니다.

이제 혈액검사에서 인, 칼륨 등의 수치가 마구마구 증가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좋은 것만 취사선택하여 잡수셔야 합니다.

입맛이 난다고 무분별하게 제한없이 드시면 안됩니다.

수분섭취도 제한해야하고, 체중 조절도 잘 해야합니다.

이 시기때 습관을 잘 형성해야 앞으로도 건강한 투석생활을 하실 수 있으니까요.

(옆에서 제가 잔소리를 가장 많은 시기가 바로 이때 입니다.ㅎㅎ)

 

2022.06.13 - [투석실 이야기] 칼륨의 계절이 돌아왔다. (과일별 칼륨 함량 배틀!)

2022.02.25 - [투석실 이야기] 인의 중요성

2020.11.07 - [투석실 이야기] 인 조절이 왜 안될까? 인이 많은 음식

 

 

4. 축하여행을 가자!

투석 치료에 적응이 될 때쯤 많은 분들이 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오신다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여행이라고 해서 7박 8일 해외여행은 아닙니다.

가까운 거리에 좋은 곳으로 1박 2일 ~ 2박 3일 정도 가족끼리 다녀오는 여행입니다.

 

아마도 컨디션이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니

일상생활이 더욱 풍성해졌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지고

활동반경이 늘어나면서 여행까지 계획하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 또한 투석시작 후 2~3개월 뒤 여행을 가신다고 하면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투석을 시작한 후 투석이 익숙해지고 적응이 되셨다면,

가족끼리 축하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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