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여자환자분 입니다. 나이가 고령이지만, 안정적인 상태로 주3회 투석을 받고 계십니다. 그러던 중 따님이 면담을 요청하셨습니다. 요새 어머니 컨디션이 좋으시고 특별한 상황은 없었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면담의 이유는 '투석의 횟수를 두 번으로 줄일 수 있는가?' 였습니다. 어머니께서 곧 시골로 이사를 가셔야하는데 투석실이 멀리 있어 주 3회를 하기에 너무 버겁다는 이유였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냥 간단히 대답해 드리기 보다는 자세한 설명을 해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나 잠시 고민을 한 후 설명을 드렸습니다. 반드시 주 3회 투석을 해야할까요? 투석이란 콩팥을 대신하는 기계 장치입니다. 콩팥은 하루 종일 24시간 내내 연중무휴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
매달 초에는 정기 혈액검사가 진행됩니다. 이번 12월 검사에서는 특히 칼륨이 높으신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지난달에 비해 월등히 칼륨 수치가 상승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왜 칼륨이 올랐는지, 어떤 음식을 드셨는지 여쭤본 결과 몇 가지 공통된 음식이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1등은 단연 감이었습니다. 단감, 대봉감, 홍시, 곶감 등 감 종류는 많습니다. 특히 곶감에는 어마어마한 칼륨이 들어있습니다. 단감은 칼륨이 많이 포함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타 과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아 본인도 모르게 과량 섭취하게 됩니다. 칼륨이 눈에 띄게 상승한 분에게 "감 드셨죠?" 여쭤보면 십중팔구는 들어맞습니다. 감 종류별 칼륨 함량 (100g 당 / 상주감연구소) 떯은 감 : 185mg 단감 : 132mg 홍시 (연..
60대 남자분입니다.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인해 투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3년전 다른 병원에서 주 2회로 투석을 시작하신 후 본원으로 전원오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절대 없듯, 그나마 남아있던 콩팥 기능도 소진되었습니다. 3개월마다 촬영하였던 흉부 X선 검사에서 심장의 그림자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매달 하는 혈액검사에서도 이상징후가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인조절이 잘 되지 않아 점차 인을 낮추는 약의 갯수를 늘려나갔습니다. "이제 투석 2회로는 부족합니다. 세 번으로 늘려야 합니다." "처음에 투석했던 병원 교수님은 두 번으로 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몇 번이나 투석 전/후로 조용한 진료실에서 만나 투석 횟수를 늘려야한다고 강변하였으나, 주 2회 투석을 유지하고 싶다는 뜻을 굽히지 않..
40대 젊은 환자분이 새로 오셨습니다. 최근에 투석 치료를 시작하고 정기적인 유지투석을 위해 집근처 병원으로 오신 것입니다. 처음에 새로운 환자분이 오시면 으레 여쭤보는 질문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원래 콩팥이 안좋은지 알고 계셨나요? 2. 어떤 질환으로 인해 콩팥이 나빠졌나요? 3. 어떤 증상이 있으셔서 투석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4. 아니면 정기적으로 검사 하시다가 투석 시작할 때가 되어 시작하신건지? 5. 처음 투석을 시작하시면서 특별히 불편한 증상은 없으셨나요? 등의 질문을 드립니다. 이 분의 경우 젊은 나이지만, 당뇨, 혈압이 있었고 콩팥이 좋지 않은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콩팥이 더욱 나빠져서 투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호흡곤란이나 부종, 요독증상 등은 ..
대한신장학회 유튜브 "내 신장이 콩팥콩팥" 에 유용한 영상이 업데이트 되어 요약, 공유합니다. 투석 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은 음식과 약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OOO 먹어도 되나요?" 의 질문을 많이 하십니다. 특히 최근 단백질 보충제의 광풍이 불어 "하O뮨 먹어도 되나요?", "산양유 먹어도 되나요?" 를 많이 물어보십니다. 저도 영양학적 지식이 부족하여 즉석에서 풍부한 대답을 드리지는 못했는데, 이번에 영양과 관련된 좋은 영상이 업로드 되어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이에 핵심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봅니다. 영양조제식품 영양조제식품은 질병이나 수술로 인해 체력 유지 및 회복 필요시 식사 대용 및 영양 보충을 위해 만들어진 식품입니다. 대부분 캔이나 팩으로 되어 마실 수 있는 형태로 되어있으며, ..
투석환자분들은 신장으로 약물의 배출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약 종류와 용량을 신중하게 선택하여 처방해야 합니다. 따라서 투석하시는 분들에게 처방하는 약의 종류는 제한적입니다. 아무약이나 다 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요새 약을 처방하면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 있습니다. "약국에서 전화왔어요. OOO약 품절이에요. 다른 약으로 처방달래요." 몇 년전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는 국가간 무역과 운송이 제한되어 시나칼셋이라는 부갑상선호르몬을 억제하는 약의 원료가 수입이 잘 되지 않아 품절이 되곤했었습니다. 이제 코로나 시기가 지나고 나니 물가가 폭등하여 약물을 만들 때 사용되는 원자재 가격도 폭등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 약물 가격은 국가에서 정하므로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최근에 새로 투석을 시작하신 분이 계십니다. 80대의 고령의 남자 환자분입니다. 투석을 거부하시다가 식사를 못하시고 구역과 구토, 기력저하가 심해 결국 응급실로 오셔서 투석을 시작하였습니다. 투석을 거부하신 이유는 형님이 투석을 하시다가 돌아가셔서 그 때 절대 투석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셨다고 합니다. 사연을 듣고 보니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사연을 가진 분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어르신 몇 분도 투석을 앞두고 있는데 한 분은 남편분이 투석을 하다가 돌아가셔서 본인은 절대 하지않겠다고 완강히 거부하고 계십니다. 또 다른 한 분은 아는 지인이 비슷한 경우를 겪어 본인은 그냥 죽으면 죽었지 절대 투석은 안하시겠다고 합니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투석은 정말 비인간적..
얼마전 수련받았던 교수님과의 만남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투석을 시작한 후 약을 맞춰서 환자의 연고지 근처 투석병원으로 보내드렸는데 이 후 외래에 왔을때 혈압이 190이고 혈압약은 모두 중단했더라는 이야기입니다. 혈압이 이렇게 높은데 혈압약을 왜 다끊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제 머릿속에 한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이런 상황이 실제로 종종 있을 수 있고 조심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추측한 상황을 적어보겠습니다. (1) 환자분이 투석간 체중증가량이 매우 많았다. (2) 처음 투석 시작전 혈압은 살짝 높을 수 있지만 투석을 하면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진다. (3) 투석을 할 때 마다 혈압저하가 반복된다. (4) 혈압저하로 제대로 투석이 진행되지 않으므로 하나씩 혈압약을..
이른 아침 투석실에 출근할 때 마음으로 기도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치유의 능력으로 아픈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고 두번째는 오늘 하루 응급상황없이 조용하게 지나가길 기도하는 마음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환자분들을 뵐때면 언제나 지금처럼 안정적인 상태가 계속 유지되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70대 후반의 환자분입니다. 투석을 시작하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혈관을 수축하여 혈압을 올리는 약인 '미드론'도 복용하는 분입니다. 오랫동안 당뇨도 앓으셨고, 관상동맥이 막혀 스텐트 시술도 여러번 하여 심장이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투석을 하면서 혈압이 떨어질 때 심장이 강하게 뛰어 혈압을 올려주는 보상작용을 해주질 못합니다. 투석이 끝나면 비로소 혈압이 조금 오릅니다. 다리에 부종이 심하..
이상하게 투석 중 혈압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있고 특별이 그러한 경향이 잦은 분도 계십니다. 투석 중 혈압이 많이 떨어질 경우를 '투석 중 저혈압' 이라고 지칭하는데, 각 연구 단체마다 정의가 조금씩 다릅니다. 가장 유명한 K-DOQI 가이드라인에서는 투석 중 수축기 혈압이 20 이상 떨어질 경우를 '투석 중 저혈압 (intradialytic hypotension)' 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그럼 왜 투석 중 혈압이 떨어지면 안좋은 걸까요? 1. 투석 중 혈압이 떨어지면 심혈관계 합병증이 잘 생기고 사망률이 증가합니다. 혈압이 떨어지는 이유 중 가장 흔한 것이 투석 중 물을 많이 빼서 그렇습니다. 물을 많이 뺀다는 이야기는 곧 물을 제거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보통 체중 1kg 당, 1시간에 1..
바야흐로 여름휴가의 계절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투석실에도 여름 휴가로 여행을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외 여행 투석이 대중화 되어 있지는 않아 주로 가까운 지방이나 제주도로 여행을 가시는 분들이 대다수 입니다. 여행에 앞서 준비하면 좋을 것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1. 여행 가능여부 상담 투석하시는 분들은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불안정하신 분들도 간혹 계십니다. 예를 들면, 혈압 조절이 되지 않아 평상시에도 혈압이 매우 높게 유지된다던지, 혹은 반대로 혈압이 낮아 투석 후에도 어지럼, 기력저하 등 저혈압 증상을 겪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처럼 불안정한 상태에서 여행을 가게 되면, 현지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건강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합리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눈 앞에 중요한 것은 두고 저멀리 있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부터 챙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에 제가 경험했던 사례 몇 가지를 이야기 하려 합니다. 건강의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이었던 선택 3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40대 남성분입니다. 두통이 있고 기력이 없어 찾아오셨습니다. 본원에는 처음 오신분이라 어떤 분인지 정보가 없었습니다. 자세히 문진을 해본 결과 고혈압 진단을 받았으나 2달간 약을 안드셨다고 합니다. 약을 안드신 이유는 증상이 별로 없어서 그냥 약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진료실에서 혈압을 체크해보니 역시 혈압이 170이 나왔습니다. "아... 혈압이 굉장히 높네요. 혈압이 높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