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스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
- 00_투석실 이야기
- 2023. 7. 19.
[투석실 이야기] 스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
서론
스테로이드에 대해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스테로이드는 장점도 확실하지만, 단점도 확실한 약입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상황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는 어떤 녀석일까요?
스테로이드의 여러 모습에 관해 기록을 남겨봅니다.
이 글을 읽으면 스테로이드의 다양한 특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혈당을 올리는 나쁜 녀석
50대 남자분입니다. 허리가 좋지 않아 매번 진통제를 받아가셨던 분입니다.
최근에는 척추 전문 병원에 다니시면서 진통제는 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 척추 증상이 더 악화되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투석 시작 후 혈당을 항상 체크하는데, 점심 식후 150~180 정도 나오셨던 분입니다.
그러나 주사 치료 이 후 혈당이 300~400 이 넘어갑니다.
집에서도 혈당이 500 가까이 나온다고 합니다.
원래 당화혈색소가 6.0% 초반 나오시던 분이고
투석 이 후 혈당이 높지 않아 당뇨약도 중단한 상태로 잘 지내셨던 분이십니다.
이번에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 후 혈당이 급속히 상승하였습니다.
부랴부랴 경구 당뇨약과 인슐린을 추가하여 혈당이 낮아졌습니다.
이 후 스테로이드 약물 효과가 사라지자 당뇨약을 모두 중단할 수 있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혈당을 올릴 수 있습니다. 잦은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당뇨가 생기기도 합니다.
스테로이드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혈당을 올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반응은 다르지만, 특히 식후 혈당을 더욱 크게 상승시킵니다.
혈당이 약간 상승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경우 처럼 크게 상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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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와 근육을 약하게 하는 나쁜 녀석
스테로이드를 자주 쓰면 뼈와 근육이 약해집니다.
잦은 스테로이드의 사용으로 골다공증이 생겨 쉽게 골절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근육도 약해져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앉았다 일어설때도 매우 힘들어 하는 모습입니다.
뼈와 근육 뿐 아니라 피부도 약해져 쉽게 멍이들고 상처도 쉽게나고 피부도 얇아집니다.
면역을 떨어뜨리는 나쁜 녀석
스테로이드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면역이 저하됩니다.
스테로이드는 면역체계를 억제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평소에는 별로 시덥지 않은 세균이나 곰팡이 같은 병원체들이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고 있는 분들에게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스테로이드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 미리 예방적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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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스테로이드의 나쁜점만 이야기 한 것 같습니다. 스테로이드는 분명 부작용이 많은 약입니다. 하지만 필요한 순간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면 너무너무 좋은 약이기도 합니다.
혈압을 지켜주는 좋은 녀석
스테로이드는 우리몸에서 나오는 호르몬의 일종이기도 합니다.
(부신피질에서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코티솔은 우리몸에서 여러가지 작용을 하는 매우 필수적인 호르몬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코티솔의 분비가 증가되어 혈압을 올리고,
혈당을 올리는 등 스트레스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몸을 도와줍니다.
그런데 스테로이드를 약이나 주사 형태로 외부에서 계속 투여를 해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생성하는 몸속 공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가만히 있어도 밖에서 스테로이드를 공급해주니, 공장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 되면 공장에서 호르몬을 생산하는 방법조차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런데, 후에 외부에서 스테로이드 공급이 중단이 되었고
이러한 상태에서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한다면...
우리 몸에서 코티솔을 생산하여 스트레스에 대처를 해야하는데
그 동안 공장이 놀고 있었으니, 제대로 일을 해주지 못합니다.
스트레스 상황에 매우 취약해 집니다. (adrenal insufficiency)
혈압, 혈당은 떨어지고 입맛도 없고 무기력해집니다.
투석실에서도 투석할 때 혈압이 유독 심하게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생산 부족'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테로이드를 공급해주면,
혈압도 좋아지고 혈당도 좋아지고 입맛도 좋아지고
전신 컨디션도 좋아집니다. 스테로이드가 특효약인 셈입니다.
호흡을 편하게 해주는 좋은 녀석
천식과 같은 기관지 염증 질환에서도 스테로이드가 효자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기관지에 염증이 악화되어 기관지가 붓고 내강이 좁아지면 공기가 지나가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쌕쌕 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숨이차고 기침을 계속하게 됩니다.
이럴 때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기관지 내부 염증이 호전되어 부종이 완화되고 기도 내강이 넓어지면서 숨쉬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면역을 떨어뜨리는 좋은 녀석
면역을 떨어뜨리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에서도 너무 항진된 면역을 떨어뜨리는 것이 치료가 됩니다. 또 신장이식을 할 때도 거부반응을 방지하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같이 사용하여 일부러 면역을 떨어뜨립니다. 이 때를 틈타 요상한 균들이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으므로 스테로이드 같은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라면 항상 감염에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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