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에서 투석실에 모범생 같은 분이 계십니다. 제가 생각하는 모범생이란, 항상 오실때마다 체중과 혈압이 일정하고, 매달 체크하는 혈액검사에서도 식이와 관련된 인, 칼륨 수치가 비교적 안정적인 분입니다. 70대 중반의 우리 할아버지 모범생은 투석할때 항상 안정적이어서 저도 마음이 좋았습니다. 말썽쟁이로 어느 날 부터인지, 혈압이 오릅니다. 원래 혈압약도 안드시던 분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인가 싶었는데, 지속적으로 혈압이 높습니다. "아버님, 왜 요새 혈압이 높을까요?" "아 TV 를 보고 신경을 쓰니까 올라가는거여~" "아 네.... (TV 를 본다고 혈압아 이렇게 올라갈까...) (수 일뒤) "아버님, 오늘도 혈압이 높네요, 지난 번에는 괜찮았었는데요." "배가 고파서 혈압이 올라가는거여~" "아 네..
극심한 스트레스 1. 인간 계량기 40대 남성분입니다. 평소 관리를 굉장히 잘하여 회진때 별로 해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입니다. 항상 일정하게 체중을 늘어오시는 분입니다. 체중을 일정하게 하기 위해 일정한 운동을 하고, 밥도 정확히 무게를 달아 소분해서 드신다고 합니다. 체중만 일정할 뿐아니라 혈압과 검사결과도 항상 일정하게 잘 유지되었습니다. 2. 변화의 시작 아직 젊으시기 때문에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어렵게 어렵게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에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항상 피곤해보였고, 투석하는 시간동안은 축 늘어져 곯아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자주 팔과 허리의 근육통이 생겨, 진통제를 처방받아가셨습니다. 그러면서, 체중이 들쑥날쑥해졌고, 혈압도 들쑥날쑥, 원래 혈압약을 복용안..
내 몸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 1. 지금 당장 수술을 한다면 딱 좋은데... 3년전 처음 투석을 시작한 분입니다. 50대 초반 남성분.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짙게 베인 말투에 표현 하나는 확실히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병원에 불만사항이나 자기 의견은 분명히 표현하는 분. 약간 비만한 체형으로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내시경과 초음파를 했는데 왼쪽 콩팥에 3~4cm 크기의 혹이 하나 있습니다. 깜짝 놀라 여쭤보니, 이미 알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병원에서 혹이 있는 것을 들었고 암이 의심된다고 했지만, 조직검사나 수술을 했을 경우 출혈이 생기고 지혈이 안될 것을 염려하여 더이상 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미 오래되었고, 크기도 그때와 똑같으니, 아마 안자랄것 같다고. 암이라도 자신은 끄떡없다고 호탕하게 ..
인의 중요성 항상 투석실에 오시는 환자분들의 결과를 설명하다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인은 왜 중요하냐는 것입니다. 보통 칼륨의 중요성은 알고계시는데, 그 이유는 증상이 바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혈중 칼륨이 높을때는 다리 근육의 힘이 떨어지고 전신위약감이 바로 오면서 부정맥까지 일으키니 한번 경험해본 사람이면 '내가 칼륨이 높구나' 알 정도로 증상이 분명합니다. 또 고칼륨혈증은 심근에 영향을 주어 심장마비에 이를 수 있어 아주 위험하기때문에 그 중요성을 잘 아실것입니다. 반면 인이 높아도 증상이 별로 없습니다. 가려움 정도?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인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인과 관련된 안타까운 일이 있어 글을 적어봅니다. 제가 아는 환자분은 60대의 남성, 고혈압과 ..
지역사회 투석실에서 생각해야 할 점 제가 있는 투석실은 정기적으로 투석하시는 분들만 200명이 넘는 규모가 큰 투석실입니다. 지역에서도 가장 큰 규모인데요. 제가 생각하는 지역사회 투석실에서 생각해야할 점을 적어볼까 합니다. 여기서 의학적인 내용은 제외했습니다. "런닝메이트" 투석은 주 3회, 한 번에 4시간이 기본 세트로 되어있습니다. 원래 신장은 24시간 내내 일을 하지만, 신장을 대신하는 투석기를 24시간 내내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12시간을 투석기계로 빠르게, 강력하게 걸러내는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투석환자분들을 일주일에 최소 3번은 만나게 됩니다. 가만, 우리 부모님은 언제뵈었더라... 먼 지방에 계신 부모님보다도 더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분의 표정만 봐도, 눈..
[투석실 이야기] 암 검진! 잘 챙겨서 해야합니다. 또 제가 근무하는 투석실에 계신 분 이야기입니다. 체격이 작으신 60대 남성 환자분으로, 혈압이 높아 혈압약을 많이 드시는 분입니다. 반면 투석간 체중 증가량이 많은 편이어서 투석 후 다소 힘들어 하시는 분입니다. 몇 달 전 평소보다 투석 중 혈압 저하가 심하여 혈관 상태를 좀 확인하고 싶어 초음파 검사를 제안드렸습니다. 저는 투석환자분 초음파를 할 때 복부 뿐 아니라 갑상선, 신장, 방광, 경동맥 다 봐드리는데, 일종의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투석환자분들은 암의 발생 위험이 다른 일반 분들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초음파 검사로 림프종이나 갑상선암, 담석증 등을 미리 진단했던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환자분은 초음파 검사가 귀찮다는 이유로 ..
투석의 원인 질병 중 가장 흔한 것이 당뇨병입니다. 당뇨는 혈당이 높아지는 병인데, (혈당이 높으니, 소변으로 세어나와 당뇨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소변에 당이 많이 있어 개미가 모여든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결국 혈관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미세한 혈관 다발이기도 한 콩팥은 당연히 취약해지겠지요. 혈액순환이 잘 안되다보니, 신경도 취약해집니다. 따라서 우리몸에서 가장 끝쪽에 위치한 신체말단 - 손가락, 발가락 - 부위의 감각이 이상해지거나, 무뎌지는 증상도 생깁니다. 감각이 무뎌지니, 상처가 나기 쉽습니다. 걷다가 부딪히기도 하고, 불편한 신발을 신었음에도 감각이 둔하여 피부가 까진지 모르는 경우가 생깁니다. 특히 신경이 약해지면, 콕콕 쑤시는 느낌이 생기는데, 신경 말단이 손상되어서 그렇습니다. 발바닥..
겨울 투석실에서 일어나는 일들 상상하지도 못했던, 상상 할수도 없었던 전염병 창궐의 해 2020년이 지나갔습니다. 새로운 일상도 자꾸 맞닥드리다보니 익숙해졌습니다. 이제 마스크가 없으면 입이 허전합니다. 2021년 새로운 해의 봄이 찾아오려고 합니다. 날씨가 부쩍 따뜻해졌고, 새벽 해도 일찍 떠오릅니다. 2020년의 겨울을 지나면서, 2021년의 봄을 맞이하면서 그 동안 투석실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겨울 투석실에서 일어나는 특징적인 일들이 있어 정리해봅니다. (겨울 투석실에서 근무하면서 관찰자 입장에서 서술한 것이고, 과학적인 근거는 부족함을 고백합니다.) 1. 혈압 변동이 심해집니다. 계절이 바뀌고 온도가 바뀌면 투석 환자분들의 혈압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잘 조절되던 환자분의 혈압이 갑자기 높..
바야흐로 김장철이 다가왔습니다. 투석 환자분 중에서도 김장 스케줄이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매번 김장철을 지나면서 몇 가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어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1. 투석 스케줄을 바꾼다. 아무래도 주말을 이용하여 가족, 친척들과 김장을 하시는지, 화/목/토 환자분들은 스케줄을 바꾸어 월/수/금으로 하시려고 합니다. 2. 체중이 확 늘어서 오신다. 김장을 하시면서 아무래도 김치를 많이 드셔서 그런지, 100명이면 100명 모두 다음 투석때 체중이 확 늘어서 오십니다. 아무래도 김치에도 소금이 많이 포함되므로, 의도치 않게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게 되어 체중이 많이 늘어오실 것입니다. 3. 칼륨이 높아진다. 야채의 종류인 김치를 많이 드시게되므로 아무래도 칼륨섭취가 많아질 것입니다. 그래..
인 조절이 왜 안될까? 인이 많은 음식 바야흐로 2020년 11월로 접어들었습니다. 2020 원더키디를 떠올리며, 그 2020년이 도래했구나.... 생각했었는데 코로나로 정신없는 시국을 보낸 가운데, 2020년도 저물어갑니다. 11월을 맞아 또다시 투석실의 작은 월례행사인, 정기 검사를 하는 날이 도래했습니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검사 결과를 설명드렸는데, 역시 인조절이 안되시는 환자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ㅠㅠ 제 느낌일 수 있으나, 평소 관리를 잘 하시는 분은 인 수치가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혈압, 체중, 인, 칼륨 등등 관리를 잘 하십니다.) 하지만 인이 높으신 분들은 다른 부분에도 관리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선입견이 생기기도 합니다. 인 수치만 보고도 생활을 어떻..
당화혈색소? 당뇨수치? 제대로 알아봅시다! 당뇨병은 참 슬픈 병입니다. 당뇨 자체만으로는 왠만해서는 증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당뇨가 오래되면 여러가지 합병증이 생깁니다. 그 중 하나가 콩팥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실제로 투석하는 원인 질환의 제일 1등은 당뇨입니다. 그래서 투석환자는 당뇨병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당뇨병을 진단할 때 당화혈색소를 검사하게됩니다. 당뇨로 진단받은 분도 매 3개월마다 당화혈색소를 체크합니다. 보통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이면, 당뇨병 진단 기준에 해당되는데요. 도대체 당화혈색소는 무엇일까요? 당화혈색소에 대해 쉽지만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당화 라는 것은 단백질에 당이 첨가되는 것을 말합니다. 즉 혈색소에 당이 결합한다는 의미입니다. 혈색소는 우리가 흔히 아는..
투석 간 체중 증가량을 적게하기 위한 팁, 체중 적게느는 팁, 체중 덜 늘어오기 항상 이론과 실제는 다릅니다. 교과서나 논문을 쓴 의사들도 실제 본인이 투석을 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환자분들의 세세한 어려움이나 노하우까지 다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실 환자분들께 어떤 치료적인 제안을 드릴 때도 식이, 운동 등 생활에 밀접히 관련된 내용이라면, 직접 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 상투적인 내용만을 말씀드리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 환자분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한 본인만의 요령이나 비결은 이론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투석실에는 매번 체중을 정확히 맞춰오시는 분이 계십니다. 투석 간 체중 증가량이 2.4 ~ 2.5 kg 정도에 맞추시는데, 주말이든, 평일이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