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개요 얼마전 투석을 처음 시작하신 분이 오셨습니다. 중년의 여성분. 콩팥이 좋지 않아 대학 병원을 꾸준히 다니다가, 콩팥 기능이 점점 악화되어 결국 혈액투석치료를 시작하게 되고. 대학병원 투석실 자리는 만석인데, 투석은 중단할 수 없기에 집에서 가까운 지역병원 투석병원으로 옮기오신 분입니다. 투석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것도 당혹스러운데, 그동안 의지하고 관리받았던 대학병원, 주치의 교수님도 멀어진 상태 얼마나 슬프로 두렵고 걱정될지 알기 때문에, 특별히 더 친절하게 대화를 청합니다. 역시 몇 마디 대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눈 속에 눈물이 가득 고입니다. "투석만은 하지 않길 바랬는데...." 투석을 시작할 때 참 두렵고 막연히 무섭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석을 시작하여 이미 일상생활에 큰 만족..
투석실 혈액검사 공략집(2) 전편 요약 2022.08.10 - [투석실 이야기] 투석실 혈액검사 공략집 (1) 스스로 신경써야 조절이 가능한 인, 칼륨을 우선 맞추자. 나머지는 병원에서 조절해 줄 것이다. 인, 칼륨이 5.5 가 넘는 분은 경각심을 가지고, 최소한 5.5 미만으로 조절해보자. 5.5 미만으로 조절이 되었다면, 더 안전하게, 더 건강하게 5 미만으로 유지해보자. 핵심만 기억하자 (확장편) (1) 빈혈 수치 (헤모글로빈) : 10~12 빈혈 수치는 10~12를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13 이상으로 너무 높아도 안좋다고 합니다. 적당한 것이 좋습니다. 빈혈수치가 낮으면 조혈주사 and/or 철분주사를 주실 것입니다. 조혈주사에 대한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조혈주사를 쓰다보면 조금씩 빈혈수치가 ..
투석실 혈액검사 공략집 (1) 정기검사에 관심을 갖자 투석을 하면 매달 1회 이상 정기 검사를 합니다. 매달하는 검사는 투석실 인증평가의 요건이기도 하지만, 최소 한 달에 한번은 체크를 하여 이상유무를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투석실 마다 검사 종류는 다소 다를 수 있지만, 빈혈이나 각종 전해질, 간수치 등 검사 항목이 꽤 많습니다. 2년마다 국가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보다 검사 항목이 풍부합니다. 그러므로 매달 하는 검사에 관심을 가지고 결과를 확인한다면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피드백이 중요 검사 결과를 설명할 때, 결과를 듣는 환자분들의 반응은 여러가지로 나뉩니다. 듣는 둥 마는 둥 관심없어 하시는 분 몇 가지 항목에 대한 결과를 추가로 더 여쭤보시는 분 "이번에 간..
모범생에서 투석실에 모범생 같은 분이 계십니다. 제가 생각하는 모범생이란, 항상 오실때마다 체중과 혈압이 일정하고, 매달 체크하는 혈액검사에서도 식이와 관련된 인, 칼륨 수치가 비교적 안정적인 분입니다. 70대 중반의 우리 할아버지 모범생은 투석할때 항상 안정적이어서 저도 마음이 좋았습니다. 말썽쟁이로 어느 날 부터인지, 혈압이 오릅니다. 원래 혈압약도 안드시던 분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인가 싶었는데, 지속적으로 혈압이 높습니다. "아버님, 왜 요새 혈압이 높을까요?" "아 TV 를 보고 신경을 쓰니까 올라가는거여~" "아 네.... (TV 를 본다고 혈압아 이렇게 올라갈까...) (수 일뒤) "아버님, 오늘도 혈압이 높네요, 지난 번에는 괜찮았었는데요." "배가 고파서 혈압이 올라가는거여~" "아 네..
극심한 스트레스 1. 인간 계량기 40대 남성분입니다. 평소 관리를 굉장히 잘하여 회진때 별로 해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입니다. 항상 일정하게 체중을 늘어오시는 분입니다. 체중을 일정하게 하기 위해 일정한 운동을 하고, 밥도 정확히 무게를 달아 소분해서 드신다고 합니다. 체중만 일정할 뿐아니라 혈압과 검사결과도 항상 일정하게 잘 유지되었습니다. 2. 변화의 시작 아직 젊으시기 때문에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어렵게 어렵게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에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항상 피곤해보였고, 투석하는 시간동안은 축 늘어져 곯아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자주 팔과 허리의 근육통이 생겨, 진통제를 처방받아가셨습니다. 그러면서, 체중이 들쑥날쑥해졌고, 혈압도 들쑥날쑥, 원래 혈압약을 복용안..
병원에서만 혈압이 정상이라니... 1. 갑자기 뇌출혈로 입원 투석실에서 여러 환자분들을 지켜보다보면 각자의 혈압 패턴이 있는 듯합니다. (1) 어떤 분은 처음부터 130으로 시작하여 끝날때까지 유지하는 분이 계신 반면, (2) 대체로 투석 시작 후 후반부로 가면서 혈압이 약간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3) 또 당뇨를 오래 앓으신 분이나, 체중이 많이 늘어오신 분의 경우 투석 시작은 140 으로 했지만 1시간 뒤 혈압이 갑자기 100으로 급강하하는 분도 있습니다. (4) 어떤 분은 중반까지는 멀쩡하다가 투석 종료 30분을 남겨두고 갑자기 혈압이 급강하하는 분도 있습니다. (5) 반대로 투석을 하면서 혈압이 자꾸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또한 좋지 않은 징후입니다.) (6) 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
내 몸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 1. 지금 당장 수술을 한다면 딱 좋은데... 3년전 처음 투석을 시작한 분입니다. 50대 초반 남성분.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짙게 베인 말투에 표현 하나는 확실히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병원에 불만사항이나 자기 의견은 분명히 표현하는 분. 약간 비만한 체형으로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내시경과 초음파를 했는데 왼쪽 콩팥에 3~4cm 크기의 혹이 하나 있습니다. 깜짝 놀라 여쭤보니, 이미 알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병원에서 혹이 있는 것을 들었고 암이 의심된다고 했지만, 조직검사나 수술을 했을 경우 출혈이 생기고 지혈이 안될 것을 염려하여 더이상 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미 오래되었고, 크기도 그때와 똑같으니, 아마 안자랄것 같다고. 암이라도 자신은 끄떡없다고 호탕하게 ..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2년전 숨이 차서 오신 중년의 남성분이 있습니다. 검사를 해보니 폐에 물이 차있고 콩팥기능도 나빠 투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혈압과 당뇨가 있었지만 그동안 정기검진 한번 없이 지낸 분입니다. 결국 병이 곪고 곪아 말기신장병이 되버렸습니다. 투석을 시작하고 많이 좋아졌습니다. 폐에 고여있던 물도 다 빠지고, 혈압과 혈당도 안정되었습니다. 숨이 찬 증상이 호전되자 이제 일상생활에도 문제가 없게되었습니다. 표정도 밝아졌고 자신감도 엿보입니다. 투석을 시작하고 표정과 얼굴 색이 건강하게 바뀌고 전에 못했던 일들을 하면서 일상이 바뀐 분들을 보면 저도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어느 날, 회진때 그 분이 갑작스런 질문을 합니다. "일을 해도 되나요?"..
이제 투석을 해야한다고요? 혈압으로 정기적으로 외래에 오시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나이도 80대 후반, 고령이시고 3년전쯤에 콩팥 기능이 나빠져 다른 곳에서 진료받으시다가 오신 분입니다. 아무리 관리를 잘하고, 약을 잘 챙겨드신다고 해도 세월의 위력은 막을 수 없습니다. 콩팥 기능이 유지되는 듯 하더니, 올해부터는 콩팥 기능이 점점 더 악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슬쩍 운을 뗐습니다. "어머니 이제 슬슬 투석을 준비해야할 것 같아요." 90세가 다되가시는 고령이지만, 혼자서 병원도 잘 다니시고, 집에서 밥도 잘 해서 드실 만큼 정정하신 상태라 혈액투석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완강히 거절하십니다. "우리 남편이 투석하다가 저세상에 갔어. 나는 절대로 안할거야. 옆에서 고생하는..
칼륨의 계절이 돌아왔다. 요근래 정기검사에서 환자분들 대체로 칼륨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시즌에 과일 많이 나오니깐 과일 조심하시라고 매년 이야기 해드리는 것 같습니다. 과일 중에 특히 고칼륨혈증의 원인이 되는 무시무시한 과일을 몇 가지 언급해봅니다. 칼륨이 갑자기 높게 나온 분들 중에 탐문을 해보면 대체로 이 과일들에서 걸립니다. 주로 참외, 키위, 바나나 등입니다. 칼륨이 그나마 적게 포함된 과일이 사과입니다. 그래서 사과를 기준으로 한번 비교해보겠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한 영양 자료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1. 사과 (기준) : 107mg 사과 100g 의 칼륨은 107 mg 이네요. 2. 참외 : 267mg (멜론으로 검색하였습니다. 한국 참외과 칼륨양은 비슷해보입니다.) 3. 바나..
인의 중요성 항상 투석실에 오시는 환자분들의 결과를 설명하다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인은 왜 중요하냐는 것입니다. 보통 칼륨의 중요성은 알고계시는데, 그 이유는 증상이 바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혈중 칼륨이 높을때는 다리 근육의 힘이 떨어지고 전신위약감이 바로 오면서 부정맥까지 일으키니 한번 경험해본 사람이면 '내가 칼륨이 높구나' 알 정도로 증상이 분명합니다. 또 고칼륨혈증은 심근에 영향을 주어 심장마비에 이를 수 있어 아주 위험하기때문에 그 중요성을 잘 아실것입니다. 반면 인이 높아도 증상이 별로 없습니다. 가려움 정도?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인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인과 관련된 안타까운 일이 있어 글을 적어봅니다. 제가 아는 환자분은 60대의 남성, 고혈압과 ..
지역사회 투석실에서 생각해야 할 점 제가 있는 투석실은 정기적으로 투석하시는 분들만 200명이 넘는 규모가 큰 투석실입니다. 지역에서도 가장 큰 규모인데요. 제가 생각하는 지역사회 투석실에서 생각해야할 점을 적어볼까 합니다. 여기서 의학적인 내용은 제외했습니다. "런닝메이트" 투석은 주 3회, 한 번에 4시간이 기본 세트로 되어있습니다. 원래 신장은 24시간 내내 일을 하지만, 신장을 대신하는 투석기를 24시간 내내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12시간을 투석기계로 빠르게, 강력하게 걸러내는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투석환자분들을 일주일에 최소 3번은 만나게 됩니다. 가만, 우리 부모님은 언제뵈었더라... 먼 지방에 계신 부모님보다도 더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분의 표정만 봐도,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