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투석을 해야한다고요? 혈압으로 정기적으로 외래에 오시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나이도 80대 후반, 고령이시고 3년전쯤에 콩팥 기능이 나빠져 다른 곳에서 진료받으시다가 오신 분입니다. 아무리 관리를 잘하고, 약을 잘 챙겨드신다고 해도 세월의 위력은 막을 수 없습니다. 콩팥 기능이 유지되는 듯 하더니, 올해부터는 콩팥 기능이 점점 더 악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슬쩍 운을 뗐습니다. "어머니 이제 슬슬 투석을 준비해야할 것 같아요." 90세가 다되가시는 고령이지만, 혼자서 병원도 잘 다니시고, 집에서 밥도 잘 해서 드실 만큼 정정하신 상태라 혈액투석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완강히 거절하십니다. "우리 남편이 투석하다가 저세상에 갔어. 나는 절대로 안할거야. 옆에서 고생하는..
칼륨의 계절이 돌아왔다. 요근래 정기검사에서 환자분들 대체로 칼륨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시즌에 과일 많이 나오니깐 과일 조심하시라고 매년 이야기 해드리는 것 같습니다. 과일 중에 특히 고칼륨혈증의 원인이 되는 무시무시한 과일을 몇 가지 언급해봅니다. 칼륨이 갑자기 높게 나온 분들 중에 탐문을 해보면 대체로 이 과일들에서 걸립니다. 주로 참외, 키위, 바나나 등입니다. 칼륨이 그나마 적게 포함된 과일이 사과입니다. 그래서 사과를 기준으로 한번 비교해보겠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한 영양 자료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1. 사과 (기준) : 107mg 사과 100g 의 칼륨은 107 mg 이네요. 2. 참외 : 267mg (멜론으로 검색하였습니다. 한국 참외과 칼륨양은 비슷해보입니다.) 3. 바나..
인의 중요성 항상 투석실에 오시는 환자분들의 결과를 설명하다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인은 왜 중요하냐는 것입니다. 보통 칼륨의 중요성은 알고계시는데, 그 이유는 증상이 바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혈중 칼륨이 높을때는 다리 근육의 힘이 떨어지고 전신위약감이 바로 오면서 부정맥까지 일으키니 한번 경험해본 사람이면 '내가 칼륨이 높구나' 알 정도로 증상이 분명합니다. 또 고칼륨혈증은 심근에 영향을 주어 심장마비에 이를 수 있어 아주 위험하기때문에 그 중요성을 잘 아실것입니다. 반면 인이 높아도 증상이 별로 없습니다. 가려움 정도?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인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인과 관련된 안타까운 일이 있어 글을 적어봅니다. 제가 아는 환자분은 60대의 남성, 고혈압과 ..
지역사회 투석실에서 생각해야 할 점 제가 있는 투석실은 정기적으로 투석하시는 분들만 200명이 넘는 규모가 큰 투석실입니다. 지역에서도 가장 큰 규모인데요. 제가 생각하는 지역사회 투석실에서 생각해야할 점을 적어볼까 합니다. 여기서 의학적인 내용은 제외했습니다. "런닝메이트" 투석은 주 3회, 한 번에 4시간이 기본 세트로 되어있습니다. 원래 신장은 24시간 내내 일을 하지만, 신장을 대신하는 투석기를 24시간 내내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12시간을 투석기계로 빠르게, 강력하게 걸러내는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투석환자분들을 일주일에 최소 3번은 만나게 됩니다. 가만, 우리 부모님은 언제뵈었더라... 먼 지방에 계신 부모님보다도 더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분의 표정만 봐도, 눈..
투석실에 다니시는 중년의 여성분,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오후 휠체어를 타고 오셨습니다. 다리에 힘이 빠져서 그랬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쌔~ 합니다. "주말동안 뭘 드셨나요? 과일 많이 드시지 않았어요?" "과일 많이 안먹었는데... 아침에 참외 2조각하고 키위먹었어요." "... ..." 나중에 확인하게된 당시 칼륨 수치는 7.2 가 나왔습니다. 굉장히 높은 수치입니다. (정상 범위 3.5 ~ 5.2) 투석을 하고나서 다시 증상이 좋아졌다고 하네요. 투석을 통해 칼륨이 줄어드니 증상이 호전되었겠지요. 칼륨이 높으면 근육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생깁니다. 심장도 결국 근육이기 때문에 칼륨이 지나치게 높으면 부정맥이 생기면서 심장마비까지 진행됩니다. 그래서 칼륨이 무섭습니다. 순식간에 심장마..
어제 한국의 축구영웅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으로 임종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황달로 인해 병원을 찾았고, 진단시부터 이미 4기라고 하여 더 안타까웠습니다. 췌장암은 통증이 심한 편인데, 매체에서 보인 그의 얼굴에는 통증의 흔적조차 없어보였습니다. 췌장암의 항암치료는 사실 평균생존기간을 수개월 늘려주는 것 뿐이지만, 유상철 감독은 워낙 강인한 분이셨기에 좀 더 오래 견뎌주실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평소 진료를 하다보면 췌장이 걱정된다는 환자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셔서 췌장암 걸릴까봐 걱정입니다." "배가 아픈데 혹시 췌장에 문제가 있을까봐 걱정입니다." 그래서 진료 중 복부 초음파를 해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또 다른 이유로 복부 초음파를 하는 도중 췌장을..
[투석실 이야기] 암 검진! 잘 챙겨서 해야합니다. 또 제가 근무하는 투석실에 계신 분 이야기입니다. 체격이 작으신 60대 남성 환자분으로, 혈압이 높아 혈압약을 많이 드시는 분입니다. 반면 투석간 체중 증가량이 많은 편이어서 투석 후 다소 힘들어 하시는 분입니다. 몇 달 전 평소보다 투석 중 혈압 저하가 심하여 혈관 상태를 좀 확인하고 싶어 초음파 검사를 제안드렸습니다. 저는 투석환자분 초음파를 할 때 복부 뿐 아니라 갑상선, 신장, 방광, 경동맥 다 봐드리는데, 일종의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투석환자분들은 암의 발생 위험이 다른 일반 분들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초음파 검사로 림프종이나 갑상선암, 담석증 등을 미리 진단했던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환자분은 초음파 검사가 귀찮다는 이유로 ..
투석의 원인 질병 중 가장 흔한 것이 당뇨병입니다. 당뇨는 혈당이 높아지는 병인데, (혈당이 높으니, 소변으로 세어나와 당뇨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소변에 당이 많이 있어 개미가 모여든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결국 혈관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미세한 혈관 다발이기도 한 콩팥은 당연히 취약해지겠지요. 혈액순환이 잘 안되다보니, 신경도 취약해집니다. 따라서 우리몸에서 가장 끝쪽에 위치한 신체말단 - 손가락, 발가락 - 부위의 감각이 이상해지거나, 무뎌지는 증상도 생깁니다. 감각이 무뎌지니, 상처가 나기 쉽습니다. 걷다가 부딪히기도 하고, 불편한 신발을 신었음에도 감각이 둔하여 피부가 까진지 모르는 경우가 생깁니다. 특히 신경이 약해지면, 콕콕 쑤시는 느낌이 생기는데, 신경 말단이 손상되어서 그렇습니다. 발바닥..
겨울 투석실에서 일어나는 일들 상상하지도 못했던, 상상 할수도 없었던 전염병 창궐의 해 2020년이 지나갔습니다. 새로운 일상도 자꾸 맞닥드리다보니 익숙해졌습니다. 이제 마스크가 없으면 입이 허전합니다. 2021년 새로운 해의 봄이 찾아오려고 합니다. 날씨가 부쩍 따뜻해졌고, 새벽 해도 일찍 떠오릅니다. 2020년의 겨울을 지나면서, 2021년의 봄을 맞이하면서 그 동안 투석실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겨울 투석실에서 일어나는 특징적인 일들이 있어 정리해봅니다. (겨울 투석실에서 근무하면서 관찰자 입장에서 서술한 것이고, 과학적인 근거는 부족함을 고백합니다.) 1. 혈압 변동이 심해집니다. 계절이 바뀌고 온도가 바뀌면 투석 환자분들의 혈압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잘 조절되던 환자분의 혈압이 갑자기 높..
바야흐로 김장철이 다가왔습니다. 투석 환자분 중에서도 김장 스케줄이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매번 김장철을 지나면서 몇 가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어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1. 투석 스케줄을 바꾼다. 아무래도 주말을 이용하여 가족, 친척들과 김장을 하시는지, 화/목/토 환자분들은 스케줄을 바꾸어 월/수/금으로 하시려고 합니다. 2. 체중이 확 늘어서 오신다. 김장을 하시면서 아무래도 김치를 많이 드셔서 그런지, 100명이면 100명 모두 다음 투석때 체중이 확 늘어서 오십니다. 아무래도 김치에도 소금이 많이 포함되므로, 의도치 않게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게 되어 체중이 많이 늘어오실 것입니다. 3. 칼륨이 높아진다. 야채의 종류인 김치를 많이 드시게되므로 아무래도 칼륨섭취가 많아질 것입니다. 그래..
인 조절이 왜 안될까? 인이 많은 음식 바야흐로 2020년 11월로 접어들었습니다. 2020 원더키디를 떠올리며, 그 2020년이 도래했구나.... 생각했었는데 코로나로 정신없는 시국을 보낸 가운데, 2020년도 저물어갑니다. 11월을 맞아 또다시 투석실의 작은 월례행사인, 정기 검사를 하는 날이 도래했습니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검사 결과를 설명드렸는데, 역시 인조절이 안되시는 환자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ㅠㅠ 제 느낌일 수 있으나, 평소 관리를 잘 하시는 분은 인 수치가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혈압, 체중, 인, 칼륨 등등 관리를 잘 하십니다.) 하지만 인이 높으신 분들은 다른 부분에도 관리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선입견이 생기기도 합니다. 인 수치만 보고도 생활을 어떻..
당화혈색소? 당뇨수치? 제대로 알아봅시다! 당뇨병은 참 슬픈 병입니다. 당뇨 자체만으로는 왠만해서는 증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당뇨가 오래되면 여러가지 합병증이 생깁니다. 그 중 하나가 콩팥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실제로 투석하는 원인 질환의 제일 1등은 당뇨입니다. 그래서 투석환자는 당뇨병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당뇨병을 진단할 때 당화혈색소를 검사하게됩니다. 당뇨로 진단받은 분도 매 3개월마다 당화혈색소를 체크합니다. 보통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이면, 당뇨병 진단 기준에 해당되는데요. 도대체 당화혈색소는 무엇일까요? 당화혈색소에 대해 쉽지만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당화 라는 것은 단백질에 당이 첨가되는 것을 말합니다. 즉 혈색소에 당이 결합한다는 의미입니다. 혈색소는 우리가 흔히 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