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에 다니시는 중년의 여성분,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오후 휠체어를 타고 오셨습니다. 다리에 힘이 빠져서 그랬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쌔~ 합니다. "주말동안 뭘 드셨나요? 과일 많이 드시지 않았어요?" "과일 많이 안먹었는데... 아침에 참외 2조각하고 키위먹었어요." "... ..." 나중에 확인하게된 당시 칼륨 수치는 7.2 가 나왔습니다. 굉장히 높은 수치입니다. (정상 범위 3.5 ~ 5.2) 투석을 하고나서 다시 증상이 좋아졌다고 하네요. 투석을 통해 칼륨이 줄어드니 증상이 호전되었겠지요. 칼륨이 높으면 근육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생깁니다. 심장도 결국 근육이기 때문에 칼륨이 지나치게 높으면 부정맥이 생기면서 심장마비까지 진행됩니다. 그래서 칼륨이 무섭습니다. 순식간에 심장마..
어제 한국의 축구영웅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으로 임종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황달로 인해 병원을 찾았고, 진단시부터 이미 4기라고 하여 더 안타까웠습니다. 췌장암은 통증이 심한 편인데, 매체에서 보인 그의 얼굴에는 통증의 흔적조차 없어보였습니다. 췌장암의 항암치료는 사실 평균생존기간을 수개월 늘려주는 것 뿐이지만, 유상철 감독은 워낙 강인한 분이셨기에 좀 더 오래 견뎌주실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평소 진료를 하다보면 췌장이 걱정된다는 환자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셔서 췌장암 걸릴까봐 걱정입니다." "배가 아픈데 혹시 췌장에 문제가 있을까봐 걱정입니다." 그래서 진료 중 복부 초음파를 해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또 다른 이유로 복부 초음파를 하는 도중 췌장을..
[투석실 이야기] 암 검진! 잘 챙겨서 해야합니다. 또 제가 근무하는 투석실에 계신 분 이야기입니다. 체격이 작으신 60대 남성 환자분으로, 혈압이 높아 혈압약을 많이 드시는 분입니다. 반면 투석간 체중 증가량이 많은 편이어서 투석 후 다소 힘들어 하시는 분입니다. 몇 달 전 평소보다 투석 중 혈압 저하가 심하여 혈관 상태를 좀 확인하고 싶어 초음파 검사를 제안드렸습니다. 저는 투석환자분 초음파를 할 때 복부 뿐 아니라 갑상선, 신장, 방광, 경동맥 다 봐드리는데, 일종의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투석환자분들은 암의 발생 위험이 다른 일반 분들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초음파 검사로 림프종이나 갑상선암, 담석증 등을 미리 진단했던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환자분은 초음파 검사가 귀찮다는 이유로 ..
투석의 원인 질병 중 가장 흔한 것이 당뇨병입니다. 당뇨는 혈당이 높아지는 병인데, (혈당이 높으니, 소변으로 세어나와 당뇨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소변에 당이 많이 있어 개미가 모여든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결국 혈관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미세한 혈관 다발이기도 한 콩팥은 당연히 취약해지겠지요. 혈액순환이 잘 안되다보니, 신경도 취약해집니다. 따라서 우리몸에서 가장 끝쪽에 위치한 신체말단 - 손가락, 발가락 - 부위의 감각이 이상해지거나, 무뎌지는 증상도 생깁니다. 감각이 무뎌지니, 상처가 나기 쉽습니다. 걷다가 부딪히기도 하고, 불편한 신발을 신었음에도 감각이 둔하여 피부가 까진지 모르는 경우가 생깁니다. 특히 신경이 약해지면, 콕콕 쑤시는 느낌이 생기는데, 신경 말단이 손상되어서 그렇습니다. 발바닥..
겨울 투석실에서 일어나는 일들 상상하지도 못했던, 상상 할수도 없었던 전염병 창궐의 해 2020년이 지나갔습니다. 새로운 일상도 자꾸 맞닥드리다보니 익숙해졌습니다. 이제 마스크가 없으면 입이 허전합니다. 2021년 새로운 해의 봄이 찾아오려고 합니다. 날씨가 부쩍 따뜻해졌고, 새벽 해도 일찍 떠오릅니다. 2020년의 겨울을 지나면서, 2021년의 봄을 맞이하면서 그 동안 투석실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겨울 투석실에서 일어나는 특징적인 일들이 있어 정리해봅니다. (겨울 투석실에서 근무하면서 관찰자 입장에서 서술한 것이고, 과학적인 근거는 부족함을 고백합니다.) 1. 혈압 변동이 심해집니다. 계절이 바뀌고 온도가 바뀌면 투석 환자분들의 혈압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잘 조절되던 환자분의 혈압이 갑자기 높..
바야흐로 김장철이 다가왔습니다. 투석 환자분 중에서도 김장 스케줄이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매번 김장철을 지나면서 몇 가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어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1. 투석 스케줄을 바꾼다. 아무래도 주말을 이용하여 가족, 친척들과 김장을 하시는지, 화/목/토 환자분들은 스케줄을 바꾸어 월/수/금으로 하시려고 합니다. 2. 체중이 확 늘어서 오신다. 김장을 하시면서 아무래도 김치를 많이 드셔서 그런지, 100명이면 100명 모두 다음 투석때 체중이 확 늘어서 오십니다. 아무래도 김치에도 소금이 많이 포함되므로, 의도치 않게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게 되어 체중이 많이 늘어오실 것입니다. 3. 칼륨이 높아진다. 야채의 종류인 김치를 많이 드시게되므로 아무래도 칼륨섭취가 많아질 것입니다. 그래..
인 조절이 왜 안될까? 인이 많은 음식 바야흐로 2020년 11월로 접어들었습니다. 2020 원더키디를 떠올리며, 그 2020년이 도래했구나.... 생각했었는데 코로나로 정신없는 시국을 보낸 가운데, 2020년도 저물어갑니다. 11월을 맞아 또다시 투석실의 작은 월례행사인, 정기 검사를 하는 날이 도래했습니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검사 결과를 설명드렸는데, 역시 인조절이 안되시는 환자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ㅠㅠ 제 느낌일 수 있으나, 평소 관리를 잘 하시는 분은 인 수치가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혈압, 체중, 인, 칼륨 등등 관리를 잘 하십니다.) 하지만 인이 높으신 분들은 다른 부분에도 관리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선입견이 생기기도 합니다. 인 수치만 보고도 생활을 어떻..
당화혈색소? 당뇨수치? 제대로 알아봅시다! 당뇨병은 참 슬픈 병입니다. 당뇨 자체만으로는 왠만해서는 증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당뇨가 오래되면 여러가지 합병증이 생깁니다. 그 중 하나가 콩팥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실제로 투석하는 원인 질환의 제일 1등은 당뇨입니다. 그래서 투석환자는 당뇨병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당뇨병을 진단할 때 당화혈색소를 검사하게됩니다. 당뇨로 진단받은 분도 매 3개월마다 당화혈색소를 체크합니다. 보통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이면, 당뇨병 진단 기준에 해당되는데요. 도대체 당화혈색소는 무엇일까요? 당화혈색소에 대해 쉽지만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당화 라는 것은 단백질에 당이 첨가되는 것을 말합니다. 즉 혈색소에 당이 결합한다는 의미입니다. 혈색소는 우리가 흔히 아는..
투석 간 체중 증가량을 적게하기 위한 팁, 체중 적게느는 팁, 체중 덜 늘어오기 항상 이론과 실제는 다릅니다. 교과서나 논문을 쓴 의사들도 실제 본인이 투석을 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환자분들의 세세한 어려움이나 노하우까지 다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실 환자분들께 어떤 치료적인 제안을 드릴 때도 식이, 운동 등 생활에 밀접히 관련된 내용이라면, 직접 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 상투적인 내용만을 말씀드리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 환자분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한 본인만의 요령이나 비결은 이론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투석실에는 매번 체중을 정확히 맞춰오시는 분이 계십니다. 투석 간 체중 증가량이 2.4 ~ 2.5 kg 정도에 맞추시는데, 주말이든, 평일이든, ..
투석을 하면 혈압이 올라가요! 보통 혈액 투석을 하면 체내 잔여수분의 제거가 일어나므로, 수축기 혈압 기준으로 10~15 mmHg 정도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대부분 첫 1시간에 급격히 떨어지고, 이 후 나머지 시간은 유지되거나 완만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데, 어떤 환자분들은 투석을 하면 오히려 혈압이 오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투석 중 혈압 상승 투석 전보다 투석 후에 혈압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투석 중 혈압이 오르는 것이 위험요소로 인지되고 있는데요. (보통 투석 중 혈압이 떨어지는 것만 문제라고 여기는데, 혈압이 오르는 상황도 결과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으므로 문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그 원인은 아직 속시원하게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몇 가지 제안되는 원인에..
왜 나는 투석만 하면 혈압이 뚝뚝 떨어지나? 당신은 지금 투석 중 혈압이 자꾸 떨어지져 고민 중이신가요? 아래 내용을 한번 천천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투석은 신장의 기능을 대신해서 시행하는 치료 방법입니다. 따라서 신장이 없어도 투석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신장의 역할은 매우 많지만, 그래서 그 역할을 100% 대신 해줄 수 없지만, 투석은 신장의 역할 중에서 대표적이고 필수적인 2가지를 해준다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첫번째는 노폐물 제거 입니다. 여기에는 불필요한 요독물질을 제거해주는 것 뿐 아니라, 과다하거나 부족한 전해질을 교정해주고, 산염기 상태를 맞춰주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은 pH 7.4 를 맞추기 위해 사는 것과 같습니다.) 두번째는 과다한 수분의 제거 입니다. 쌓인 수..
대상포진 예방접종 맞는 것이 좋을까요? 대상포진 예방접종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투석환자분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으므로, 간혹 대상포진이 올라와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종종 생기기 때문입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Varicella-Zoster virus) 가 일으키는 질환으로 어릴 때 걸리는 수두 바이러스와 똑같습니다. 어릴 때 수두에 걸렸다가 나으면 바이러스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 속에 숨어있기 때문에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이를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몸이 약해진 틈을 타서 복제를 하고 증식을 하는데, 신경이 분포하는 피부영역에 수포성 병변을 만들게 되어 띠를 두른 모습을 보이고, 예리한 신경통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