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스트레스 1. 인간 계량기 40대 남성분입니다. 평소 관리를 굉장히 잘하여 회진때 별로 해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입니다. 항상 일정하게 체중을 늘어오시는 분입니다. 체중을 일정하게 하기 위해 일정한 운동을 하고, 밥도 정확히 무게를 달아 소분해서 드신다고 합니다. 체중만 일정할 뿐아니라 혈압과 검사결과도 항상 일정하게 잘 유지되었습니다. 2. 변화의 시작 아직 젊으시기 때문에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어렵게 어렵게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에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항상 피곤해보였고, 투석하는 시간동안은 축 늘어져 곯아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자주 팔과 허리의 근육통이 생겨, 진통제를 처방받아가셨습니다. 그러면서, 체중이 들쑥날쑥해졌고, 혈압도 들쑥날쑥, 원래 혈압약을 복용안..
병원에서만 혈압이 정상이라니... 1. 갑자기 뇌출혈로 입원 투석실에서 여러 환자분들을 지켜보다보면 각자의 혈압 패턴이 있는 듯합니다. (1) 어떤 분은 처음부터 130으로 시작하여 끝날때까지 유지하는 분이 계신 반면, (2) 대체로 투석 시작 후 후반부로 가면서 혈압이 약간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3) 또 당뇨를 오래 앓으신 분이나, 체중이 많이 늘어오신 분의 경우 투석 시작은 140 으로 했지만 1시간 뒤 혈압이 갑자기 100으로 급강하하는 분도 있습니다. (4) 어떤 분은 중반까지는 멀쩡하다가 투석 종료 30분을 남겨두고 갑자기 혈압이 급강하하는 분도 있습니다. (5) 반대로 투석을 하면서 혈압이 자꾸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또한 좋지 않은 징후입니다.) (6) 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
내 몸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 1. 지금 당장 수술을 한다면 딱 좋은데... 3년전 처음 투석을 시작한 분입니다. 50대 초반 남성분.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짙게 베인 말투에 표현 하나는 확실히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병원에 불만사항이나 자기 의견은 분명히 표현하는 분. 약간 비만한 체형으로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내시경과 초음파를 했는데 왼쪽 콩팥에 3~4cm 크기의 혹이 하나 있습니다. 깜짝 놀라 여쭤보니, 이미 알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병원에서 혹이 있는 것을 들었고 암이 의심된다고 했지만, 조직검사나 수술을 했을 경우 출혈이 생기고 지혈이 안될 것을 염려하여 더이상 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미 오래되었고, 크기도 그때와 똑같으니, 아마 안자랄것 같다고. 암이라도 자신은 끄떡없다고 호탕하게 ..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2년전 숨이 차서 오신 중년의 남성분이 있습니다. 검사를 해보니 폐에 물이 차있고 콩팥기능도 나빠 투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혈압과 당뇨가 있었지만 그동안 정기검진 한번 없이 지낸 분입니다. 결국 병이 곪고 곪아 말기신장병이 되버렸습니다. 투석을 시작하고 많이 좋아졌습니다. 폐에 고여있던 물도 다 빠지고, 혈압과 혈당도 안정되었습니다. 숨이 찬 증상이 호전되자 이제 일상생활에도 문제가 없게되었습니다. 표정도 밝아졌고 자신감도 엿보입니다. 투석을 시작하고 표정과 얼굴 색이 건강하게 바뀌고 전에 못했던 일들을 하면서 일상이 바뀐 분들을 보면 저도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어느 날, 회진때 그 분이 갑작스런 질문을 합니다. "일을 해도 되나요?"..
이제 투석을 해야한다고요? 혈압으로 정기적으로 외래에 오시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나이도 80대 후반, 고령이시고 3년전쯤에 콩팥 기능이 나빠져 다른 곳에서 진료받으시다가 오신 분입니다. 아무리 관리를 잘하고, 약을 잘 챙겨드신다고 해도 세월의 위력은 막을 수 없습니다. 콩팥 기능이 유지되는 듯 하더니, 올해부터는 콩팥 기능이 점점 더 악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슬쩍 운을 뗐습니다. "어머니 이제 슬슬 투석을 준비해야할 것 같아요." 90세가 다되가시는 고령이지만, 혼자서 병원도 잘 다니시고, 집에서 밥도 잘 해서 드실 만큼 정정하신 상태라 혈액투석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완강히 거절하십니다. "우리 남편이 투석하다가 저세상에 갔어. 나는 절대로 안할거야. 옆에서 고생하는..
칼륨의 계절이 돌아왔다. 요근래 정기검사에서 환자분들 대체로 칼륨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시즌에 과일 많이 나오니깐 과일 조심하시라고 매년 이야기 해드리는 것 같습니다. 과일 중에 특히 고칼륨혈증의 원인이 되는 무시무시한 과일을 몇 가지 언급해봅니다. 칼륨이 갑자기 높게 나온 분들 중에 탐문을 해보면 대체로 이 과일들에서 걸립니다. 주로 참외, 키위, 바나나 등입니다. 칼륨이 그나마 적게 포함된 과일이 사과입니다. 그래서 사과를 기준으로 한번 비교해보겠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한 영양 자료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1. 사과 (기준) : 107mg 사과 100g 의 칼륨은 107 mg 이네요. 2. 참외 : 267mg (멜론으로 검색하였습니다. 한국 참외과 칼륨양은 비슷해보입니다.) 3. 바나..
인의 중요성 항상 투석실에 오시는 환자분들의 결과를 설명하다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인은 왜 중요하냐는 것입니다. 보통 칼륨의 중요성은 알고계시는데, 그 이유는 증상이 바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혈중 칼륨이 높을때는 다리 근육의 힘이 떨어지고 전신위약감이 바로 오면서 부정맥까지 일으키니 한번 경험해본 사람이면 '내가 칼륨이 높구나' 알 정도로 증상이 분명합니다. 또 고칼륨혈증은 심근에 영향을 주어 심장마비에 이를 수 있어 아주 위험하기때문에 그 중요성을 잘 아실것입니다. 반면 인이 높아도 증상이 별로 없습니다. 가려움 정도?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인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인과 관련된 안타까운 일이 있어 글을 적어봅니다. 제가 아는 환자분은 60대의 남성, 고혈압과 ..
지역사회 투석실에서 생각해야 할 점 제가 있는 투석실은 정기적으로 투석하시는 분들만 200명이 넘는 규모가 큰 투석실입니다. 지역에서도 가장 큰 규모인데요. 제가 생각하는 지역사회 투석실에서 생각해야할 점을 적어볼까 합니다. 여기서 의학적인 내용은 제외했습니다. "런닝메이트" 투석은 주 3회, 한 번에 4시간이 기본 세트로 되어있습니다. 원래 신장은 24시간 내내 일을 하지만, 신장을 대신하는 투석기를 24시간 내내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12시간을 투석기계로 빠르게, 강력하게 걸러내는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투석환자분들을 일주일에 최소 3번은 만나게 됩니다. 가만, 우리 부모님은 언제뵈었더라... 먼 지방에 계신 부모님보다도 더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분의 표정만 봐도, 눈..
투석실에 다니시는 중년의 여성분,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오후 휠체어를 타고 오셨습니다. 다리에 힘이 빠져서 그랬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쌔~ 합니다. "주말동안 뭘 드셨나요? 과일 많이 드시지 않았어요?" "과일 많이 안먹었는데... 아침에 참외 2조각하고 키위먹었어요." "... ..." 나중에 확인하게된 당시 칼륨 수치는 7.2 가 나왔습니다. 굉장히 높은 수치입니다. (정상 범위 3.5 ~ 5.2) 투석을 하고나서 다시 증상이 좋아졌다고 하네요. 투석을 통해 칼륨이 줄어드니 증상이 호전되었겠지요. 칼륨이 높으면 근육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생깁니다. 심장도 결국 근육이기 때문에 칼륨이 지나치게 높으면 부정맥이 생기면서 심장마비까지 진행됩니다. 그래서 칼륨이 무섭습니다. 순식간에 심장마..
어제 한국의 축구영웅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으로 임종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황달로 인해 병원을 찾았고, 진단시부터 이미 4기라고 하여 더 안타까웠습니다. 췌장암은 통증이 심한 편인데, 매체에서 보인 그의 얼굴에는 통증의 흔적조차 없어보였습니다. 췌장암의 항암치료는 사실 평균생존기간을 수개월 늘려주는 것 뿐이지만, 유상철 감독은 워낙 강인한 분이셨기에 좀 더 오래 견뎌주실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평소 진료를 하다보면 췌장이 걱정된다는 환자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셔서 췌장암 걸릴까봐 걱정입니다." "배가 아픈데 혹시 췌장에 문제가 있을까봐 걱정입니다." 그래서 진료 중 복부 초음파를 해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또 다른 이유로 복부 초음파를 하는 도중 췌장을..
[투석실 이야기] 암 검진! 잘 챙겨서 해야합니다. 또 제가 근무하는 투석실에 계신 분 이야기입니다. 체격이 작으신 60대 남성 환자분으로, 혈압이 높아 혈압약을 많이 드시는 분입니다. 반면 투석간 체중 증가량이 많은 편이어서 투석 후 다소 힘들어 하시는 분입니다. 몇 달 전 평소보다 투석 중 혈압 저하가 심하여 혈관 상태를 좀 확인하고 싶어 초음파 검사를 제안드렸습니다. 저는 투석환자분 초음파를 할 때 복부 뿐 아니라 갑상선, 신장, 방광, 경동맥 다 봐드리는데, 일종의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투석환자분들은 암의 발생 위험이 다른 일반 분들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초음파 검사로 림프종이나 갑상선암, 담석증 등을 미리 진단했던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환자분은 초음파 검사가 귀찮다는 이유로 ..
투석의 원인 질병 중 가장 흔한 것이 당뇨병입니다. 당뇨는 혈당이 높아지는 병인데, (혈당이 높으니, 소변으로 세어나와 당뇨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소변에 당이 많이 있어 개미가 모여든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결국 혈관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미세한 혈관 다발이기도 한 콩팥은 당연히 취약해지겠지요. 혈액순환이 잘 안되다보니, 신경도 취약해집니다. 따라서 우리몸에서 가장 끝쪽에 위치한 신체말단 - 손가락, 발가락 - 부위의 감각이 이상해지거나, 무뎌지는 증상도 생깁니다. 감각이 무뎌지니, 상처가 나기 쉽습니다. 걷다가 부딪히기도 하고, 불편한 신발을 신었음에도 감각이 둔하여 피부가 까진지 모르는 경우가 생깁니다. 특히 신경이 약해지면, 콕콕 쑤시는 느낌이 생기는데, 신경 말단이 손상되어서 그렇습니다. 발바닥..